[단독]낡은 법으로 '당근마켓'잡는 공정위…4년만의 제재 착수

공정위, 당근마켓 제재절차 착수
판매자 신원정보 제공 의무 위반
22년된 낡은 틀로 규제하며 논란
“향후 판결 C2C규제 이정표될 듯”
  • 등록 2024-08-01 오후 4:01:28

    수정 2024-08-01 오후 6:58:17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인간(C2C)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에 대해 전자상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앞서 공정위의 전상법 개정 시도로 일명 ‘당근실명제’ 논란이 일면서 묻혔던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지난 2020년 6월 조사를 시작한 지 4년 만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서울 서초동에 본사를 둔 당근마켓에 시정명령 등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전달했다. 현행 전자상거래법(전상법)상 판매자의 신원정보(성명·생년월일·주소·전화번호·전자우편주소) 제공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 혐의의 핵심이다.

이번 사건은 전상법 제20조(통신판매중개자의 의무와 책임)2항이 적용됐다. 공정위 심사관은 당근을 ‘통신판매중개업자’로 보고 중고거래 사업분야에서 ‘전화번호’만 수집한 행위를 위법으로 판단, 제재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 위반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은 추후 전원회의에서 심결할 예정이다.

당근은 전화번호 인증 후 가입하면, 플랫폼에 게시된 물건을 사고팔 수 있다. 익명성을 보장하는 간단 가입절차와 사용자의 지역 기반 서비스로 인기를 얻어 급성장했다.

공정위가 제재 절차를 밟으면서 당근 실명제 논란이 또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21년초 공정위는 C2C 플랫폼을 촘촘하게 규제하는 전상법 개정을 시도했지만, 개인정보 유출과 소비자 보호라는 업계와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불발했다. 이후 공정위는 현행법으로도 제재할 수 있단 입장을 견지해왔다.

현행 전자상거래법은 2000년대 초 카탈로그·우편 등 전통적인 통신판매 개념을 위주로 한 체계이다.

이를테면 카탈로그를 소비자에게 전달할 때 상품의 판매자 정보를 제대로 표기해야 분쟁발생 시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이 때문에 시대가 변하고 중고거래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플랫폼만 제공하고 사고파는 계약이나 행위는 당사자들끼리 하는 C2C 개념에는 맞지 않는 ‘낡은 법’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당근의 중고거래 서비스를 ‘게시판 서비스’로 본다면, 전상법을 적용하는 것이 맞느냐는 논란이 있었다”며 “법적 근거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제재 의견이 나온 이상 공정위 내 위원회 또는 행정소송에서의 판결이 C2C 플랫폼 규제에 있어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당근은 2015년 7월15일 설립됐으며 지역기반 중고거래, 커뮤니티 서비스를 주요 사업으로 영위한다. 가입자 수(7월30일 기준)는 3900만명이며 월간 활성 이용자(MAU) 수는 1900만명이다. 2023년 1분기부터 흑자를 기록해 연간 173억원의 영업흑자를 냈다. 매출액은 1276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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