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백남기 유족, 부검영장 열람·등사 신청..경찰 수용 여부 관심

유족, 백남기 투쟁본부 측 "법률 대응 등 판단 위해 정확한 내용 알아야"..부검 거부 불변
경찰, 신청 내용 검토 후 결과 통보 예정
'조건부 영장' 해석 분분..책임 회피 vs 절충 묘수
  • 등록 2016-09-30 오후 6:18:08

    수정 2016-09-30 오후 6:18:08

고(故) 농민 백남기(69)씨 유족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28일 오후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인이 명확한 만큼 부검은 필요하지 않다”면서 법원의 부검 영장 발부를 비판하고 있다. (사진=유태환 기자)
[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고(故) 농민 백남기(69)씨 유족 측이 법원이 발부한 부검영장(압수수색검증영장) 열람과 등사를 경찰에 신청했다. 부검영장에 대한 법적 효력 등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향후 법률 대응 등을 위한 충분한 판단을 하려면 정확한 내용을 알아야 한다는 차원에서다. 영장 발부 이후 내용 일부분만 구두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경찰이 전체 내용을 유족 측에 공개할지 관심이 쏠린다.

유족 측, “영장 전체 내용 알아야”…경찰, “신청 내용 검토 후 통보 예정”

유족 측 법률대리를 담당하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소속 이정일 변호사는 “부검영장이 이례적인 내용을 담고 있고 영장 집행 관련 논란이 있는 상황”이라며 경찰에 영장 열람·등사를 신청했다고 30일 밝혔다. 유족 측은 애초 검찰에 신청했지만, 검찰은 “영장 신청을 경찰이 했기 때문에 신청을 받아줄 수 없다”며 접수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영장 열람·등사 신청을 하게 되면 타당성 심사를 거치게 된다. 경찰 관계자는 “유족 측이 신청한 내용을 검토한 뒤 10일 이내에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라면서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결과 통보 뒤 1~2시간 이내로 내용이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영장 열람·등사 신청을 거부할 경우 유족 측은 한 차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정보공개 행정심판을 청구해야 한다.

앞서 법원은 경찰이 재신청한 부검영장을 지난 28일 밤 발부했다. 다만 영장 집행의 객관성과 공정성, 투명성을 재고하기 위해 부검 절차와 방법에 대해 구체적 방법을 두는 일종의 ‘조건부 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건은 △유가족이 원하면 서울대병원에서 부검을 실시하고 △유족이 지명하는 의사 2명·변호사 1명을 부검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것과 함께 △신체 훼손을 최소한으로 하고 △부검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울러 유족에게 부검 절차와 내용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도록 했다. 영장 집행 유효기간은 10월 25일까지로 정했다.

영장이 발부되자 경찰은 지난 29일 유족 측에 부검과 관련된 협의를 제안하는 내용의 공문을 등기우편으로 발송했다. 공문에는 ‘부검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자 하니 협의를 위한 일시·장소를 다음달 4일까지 통보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과 ‘백남기 투쟁본부’ 등 시민단체는 “유가족의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한 사람들에게 다시 시신을 맡길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변함없는 입장”이라며 부검 거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법원 조건부 영장, 책임 회피 vs 묘수 의견 분분

전례를 찾기 힘든 법원의 ‘조건부 영장’ 발부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명확한 설명 없이 부검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은 애초 판단을 뒤집어 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한 라이오 방송에 출연, “판단을 해야 하는 최종 기관인 법원이 ‘양측이 협의를 진행하라’는 조건을 달아 발부한 것은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표 의원은 “현재 입장이 다른 유족과 경찰이 영장집행 기간인 10월 25일까지 입장차가 큰 유족과 경찰 간 갈등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영장의 법적 효력에 대해서는 “‘유족과 경찰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부검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는 해석과 ‘협의를 요청했으나 일방이 무시했으므로 부검을 강행할 수 있다’는 해석 모두 가능하다”며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영장 발부 판사가 나름 ‘절충 묘수’를 짜낸 것이란 분석도 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검영장)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기에 영장집행은 어려울 것”이라며 “판사는 양쪽 입장을 생각하면서 나름 ‘절충 묘수’를 뒀다”고 평가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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