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짜리 시한부 면세점대신..'사후면세점' 커질까

엘아이에스가 제주에서 운영 중인 사후면세점 ‘인삼예찬’에 고객들이 쇼핑 중이다.

[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시내면세점(사전면세점) 특허권 갱신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사후 면세점이 주목받고 있다. 이번 입찰전에서 기존 업체 2곳(롯데·SK)이 특허권을 잃게 되면서 누구도 5년 후 운명을 장담하지 못할 처지가 됐다. 실제로 멀쩡한 면세점 2곳이 문 닫을 처지라 특허권 유지가 힘든 시내면세점보다 진입이 수월한 사후면세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사후면세점 시장은 2조5000억 규모로 추산된다. 이는 사전면세점(작년 8조3000억원)의 3분의 1에 불과하지만 매년 커지고 있다.

현재 국내 면세점은 사전 면세점과 사후 면세점으로 나뉜다. 사전 면세점(duty free)은 해외로 출국 예정인 내외국민이 세금없이 물건을 살 수 있는 곳이며 사후 면세점(tax refund)은 정가대로 물건을 산 뒤 공항 등에서 세금을 환급받는 매장이다. 롯데, 신라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곳이 사전면세점에 속하며 주로 해외명품 등 고가 제품을 취급한다. 반면 사후면세점은 보통 화장품·인삼·김 등 중저가 기념품을 판매한다. 가격경쟁력에 있어선 가격에 관세까지 면제된 사전면세점이 더 높다.

결정적인 차이점은 설립요건이다. 사전면세점을 열기 위해선 관세청의 허가가 필요한 반면 사후면세점을 내기 위해선 관할 세무청에 신고만 하면 된다. 신고요건은 까다롭지 않다. 개인사업자의 경우 간이 과세자를 제외한 일반 과세자면 모두 가능하고, 법인사업자에는 제한이 없다. 그 외 세금 체납사실 등이 없어야 한다.

사후 면세점의 성장 가능성에 기업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제조기업 엘아이에스는 올해부터 사후면세점 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연내 8개 매장 오픈을 목표로 현재 인천·제주 등에서 6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도 지난 4월부터 몇몇 매장에서 3만원 이상 구매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세금 환급서비스를 실시 중이다.

사후 면세점의 성장에는 정부 정책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정부는 대기업의 면세점 독과점을 해소하기위한 방법으로 ‘일본식 미니 면세점’을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미니 면세점은 편의점·약국 등 골목상점을 면세점으로 전환한 점포다. 정부는 내년부터 사후면세점에 대해서도 구매와 동시에 세금 환급이 가능한 ‘사전 면세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물건을 산 장소가 아닌 공항 등에서 환급절차를 밟아야하는 번거로움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후면세점 운영이 결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중저가 상품이 주를 이루는 사후면세점 특성상 단체 유커를 안정적으로 끌어올 수 있는 역량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꽌시(關係:중국식 유대관계)를 중요시 여기는 중국 특성상 단단한 기반없이 유커를 데려오기 어렵다. 메르스와 같은 돌발변수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사후면세점의 경우 설립요건이 높지 않아 문 열기는 쉽지만 막상 수익성을 내기가 쉽지 않은 사업”이라면서 “특히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게 중요한 데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이 역량을 단시간 내 갖추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