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부친 이건희 회장 승계와 '닮은 꼴'

같은점.. 일찌감치 후계자 낙점.. 내부반발 없이 그룹 장악
다른점.. 이 부회장 지배구조 지휘.. 전자·금융 지배력 강화
  • 등록 2015-05-26 오후 7:30:01

    수정 2015-05-26 오후 7:30:0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제일모직(028260)삼성물산(000830)의 합병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005930)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최근 부친인 이건희 삼성 회장의 비영리재단 이사장 직함을 물려받으며 후계자 지위를 공고히 한 이 부회장은 핵심 계열사에 대한 영향력까지 확대면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 갈 준비를 마쳤다.

특히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과는 또 다른 자신만의 카리스마를 드러내며 그룹 장악력을 과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물산 통해 삼성전자 지배…지배구조 안정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26일 합병을 결정하면서 기존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 중이었던 이 부회장은 합병회사에 대한 지분율이 16.5%로 하락하게 됐다. 하지만 이번 합병으로 이 부회장은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미치는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 0.6%에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4.1%를 합치면 지분율이 4.7% 수준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분율을 추가로 높일 수 있는 여지도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SDS(018260)를 합치는 것이 가장 유력한 대안이다. 삼성전자가 삼성SDS를 합병하게 되면 이 부회장(11.3%)과 삼성물산(17.1%)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SDS 지분이 삼성전자 지분으로 바뀌게 된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합병비율이 10대 1만 돼도 이 부회장과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을 3~4%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이 부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삼성전자 지분율은 8%대로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제일모직이 금융부문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생명(032830) 지분 19.3%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부회장은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의 두 축인 전자와 금융을 모두 통제할 수 있게 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 15일 이건희 회장이 맡고 있던 삼성생명공익재단 및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직을 물려받았다. 삼성의 경영철학과 사회공헌 의지가 이 부회장으로 계승됐다는 의미다. 여기에 주력 계열사에 대한 영향력까지 확대하면서 이 부회장은 상징적 의미와 더불어 실질적인 경영권까지 갖춘 그룹의 후계자로 거듭났다.

아울러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순환출자 고리가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단순해지는 등 지배구조도 명확해졌다. 다만 이번 합병을 분수령으로 삼아 삼성이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에 속도를 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미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한 상황에서 수십조원이 소요될 지주사 전환을 무리하게 추진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 완성한 옥좌…그룹 장악력 과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은 이건희 회장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일찌감치 후계자로 낙점돼 경영수업을 받아 온 것이 대표적이다. 이 회장은 1970년대 중반부터 삼성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을 보좌했다. 주요 회의에 모두 참석했으며, 재단 증여 등의 방식으로 주요 계열사 지분율도 꾸준히 높여 갔다.

이 부회장도 1990년대 중반 이후 계열사 지분을 물려받기 시작, 현재 삼성 순환출자 고리의 정점에 있는 제일모직 최대주주가 됐다. 삼성전자 입사 이후에는 승진을 거듭하면서 지난 2012년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점도 있다. 이 회장은 선대 회장의 치밀한 사전 정지작업의 결과로 별다른 잡음 없이 회장에 취임할 수 있었다. 반면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이 회장이 갑작스럽게 쓰러진 뒤 지배구조 안정화 작업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물론 승계 작업의 밑그림은 마련돼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이뤄진 제일모직 및 삼성SDS 상장, 석유화학·방위산업 계열사 매각,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등의 굵직한 사안들은 이 부회장의 추진력에 기인한 바가 크다.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은 리더십을 증명했으며, 그룹 내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한 재계 인사는 “아직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등 오너 일가의 사업 영역 조정 문제가 남아있지만 삼성의 경영권 승계 작업은 사실상 일단락된 모습”이라며 “부친과 다른 이 부회장의 리더십이 어떤 경영성과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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