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델의 조언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최근 ‘갑을 사태’가 주요 언론의 머리기사를 장식하는 등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우리 사회의 갈등 정도가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는 경고성 징후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대표적으로 남양유업의 30대 영업관리소장이 아버지뻘의 대리점주에게 폭언을 한 사건은 무조건 영업 실적을 많이 내야 한다는 시장 논리가 시민들 간의 연대의식을 훼손한 사례로 해석하는 것이다.
과거에도 ‘갑의 횡포’가 없진 않았지만, 그의 행동에 온 국민이 공분한 것은 시장경제에 참여하는 대다수 국민이 실적 압박과 갑을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남의 일이 아니라 자신도 겪는 일반화된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샌델 식으로 표현하면 시장논리가 사회 곳곳을 지배하는 ‘시장사회’가 주는 피로감을 자신보다 더 약한 사람에게 표출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의 ‘공정사회’란 거시적 담론은 박근혜 정부로 와선 ‘경제민주화’로 이어졌다. 국회에선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횡포, 골목상권에 대한 대형마트의 확장을 제한하는 법안들이 마련되고 있다. 이런 과정은 자본주의가 더욱 발달한 미국도 이미 거친 과정이라고 샌델은 설명한다.
일터에선 더 많은 영업 실적을 내야하고 생활 공간에선 더 넓은 아파트와 더 큰 자동차, 더 비싼 가방을 소유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점점 커지는 한국 사회. “돈 많은 배우자와 결혼하면 삼 대가 행복하다”는 농담이 결혼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필수 고려 사항이 되고 있는 사회에선 공동체의 가치는 뒷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샌델은 애써 가치중립적인 척하는 기존 주류 경제학에 도덕과 윤리를 불어넣는다. 건강한 시민 사회와 공공정신이 살아 숨 쉬는 시장경제를 만들자는 것이 그가 던지고 픈 메시지다.
샌델은 “경제력에 따라 함께 생활하는 공적인 공간들이 점점 달라지고 있다”며 “부자와 빈자의 차이를 인정하고 함께 부딪히며 살아나가야만 공공선을 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남과 강북, 사립고와 일반고 등 점차 경제력에 따라 공적 공간이 나뉘고 있는 우리 사회가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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