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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9일 주식시장에서 삼성물산(000830)의 주가는 전날보다 3.55% 하락했지만 외국인은 적지 않은 규모의 주식을 매집했다.
이날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안건을 다룰 임시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해 주식을 취득해야 하는 시한이었던 탓에 이러한 외국인 매매동향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삼성물산 주식 577억원어치를 사고 230억원어치를 팔아 총 347억원(50만주) 매수 우위를 보였다. 이날 하루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 2위인 포스코(126억원)의 두 배가 넘는 액수다.
외국인은 엘리엇이 경영참여를 선언한 지난 4일 이후 순매수한 금액은 2000억원, 매수량으로는 약 287만주로 삼성물산 지분의 1.9% 수준이다. 물론 엘리엇 등장 이후 주가변동성을 틈타 차익거래를 노린 매매성향을 감안해야 하지만, 이날만큼은 주총 의결권과 연결돼 관심을 모은다.
이날 기관은 삼성물산 주식을 147억원어치 순매도했지만, 연기금은 소폭 순매수를 이어갔다. 연기금이 지난달 26일 이후 11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보이고 있는 점도 삼성물산 주총을 앞두고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한편 엘리엇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주주총회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내달 17일 임시주총에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안건 결의를 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것으로,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주총을 열어도 합병안건을 결의할 수는 없다. 사실상 주총 봉쇄 효과다. 법원은 오는 19일 오전 엘리엇이 제기한 가처분 소송과 관련 첫 심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비율이 그간 논란에도 불구하고 현행 법령이 규정한 대로 산정된 점을 들어 법원이 엘리엇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법조계 등 전문가들은 이번 소송전으로 엘리엇이 단기 차익을 노리기보다는 장기전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 인수합병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으로서는 제일 먼저 할 수 있는 법적카드를 꺼내든 것이고, 기각되더라도 주총 표대결 및 주총 이후 효력정지 가처분 등 추가조치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통상 기업 경영권 분쟁과 관련 사건은 동일한 재판부가 계속해서 담당한다는 점에서 첫 소송전인 주총결의금지 가처분 인용 여부가 향후 전개될 법적 다툼에서도 연관성을 지닌다는 점이 관건이다.
삼성그룹 측은 엘리엇의 연이은 공세에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이사 등 전문경영인(CEO)들이 직접 기관투자자 설득에 나서는 한편 엘리엇의 가처분 소송에 대해서도 법무팀 검토를 거쳐 맞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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