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릭스PE, 현대증권 인수 끝내 포기한 3가지 이유

자베즈-현대그룹간 연7.5% 수익보장 이면계약 의혹
현대그룹 파킹딜 논란·한국내 일본계 투자자금 부정적 시각 등 부담
  • 등록 2015-10-19 오후 5:43:04

    수정 2015-10-19 오후 6:17:52

[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일본계 사모투자펀드(PEF) 오릭스 프라이빗에쿼티(PE)의 현대증권 인수가 결국 좌절됐다. 지난 1월30일 오릭스PE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9개월만이다.

오릭스가 현대증권을 인수하지 않기로 한 배경에는 △자베즈파트너스-현대그룹간 연7.5% 수익보장 이면계약 의혹 △현대그룹 파킹딜(parking deal) 논란 △한국내 일본계 투자자금에 대한 부정적 시각 부담 등 크게 세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이번 딜 무산에 따라 현대그룹에 미칠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증권 매각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데다 이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 계획에도 적잖은 영향을 받게 됐다.

자베즈-현대그룹간 수익보장 이면계약 의혹 원인 제공

오릭스는 현대증권 인수 포기에 대한 가장 큰 배경으로 지난 2012년 자베즈파트너스가 현대증권에 투자할 당시 현대그룹 계열사로부터 연7.5%의 수익을 100% 보장받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면계약을 꼽았다. 자본시장법상 사모투자펀드(PEF)가 수익을 100% 보장받고 사실상의 대출업을 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 행위다. 실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 272조6항은 원금 또는 일정한 수익을 보장하는 등의 방법으로 펀드투자자(LP)를 유치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이같은 내용이 사실로 확인되면 징계가 불가피하다. 금감원은 다만 자베즈의 경우 현대증권의 주요주주가 아닌 상황에서 오릭스의 현대증권 인수 승인 건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긋고 있다.

이에 대한 오릭스의 입장은 다르다. 오릭스는 딜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자베즈와 현대그룹과의 이면계약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데다 자베즈의 징계건으로 향후 엑시트 전략 등에 불똥이 튈 수 있다고 판단했다. 향후 현대증권 지분을 현대그룹에 되팔 때 보유 지분을 동반 매각할 수 있는 권리(태그얼롱·tag along)를 부여받은 러닝메이트로서의 신뢰에 의구심이 든 셈이다. 이에 자베즈가 주요 LP 교체 과정에서 발생한 군인공제회의 투자확약서(LOC) 자료 제출도 진위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을 이유로 미뤘던 것으로 파악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오릭스 측에서는 자베즈와 현대그룹간 이면계약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데 따른 신뢰 문제를 더 심각하게 보는 듯 하다”며 “금감원 역시 오릭스 측에 이같은 이면계약이 향후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는 원인이 될 수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볼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파킹딜 논란·일본계 투자자금 부정적 시각도 부담

파킹딜 논란도 인수포기의 간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파킹딜 논란은 현대증권 딜이 진행되면서 정치권 등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로, 지분 매각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 다시 되사오는 거래를 의미한다.

하지만 파킹딜이 성립되려면 계약상 현대그룹이 반드시 되사도록 돼 있어야 하지만 (풋옵션과 같은)그런 내용은 없다고 금감원은 확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킹딜 논란이 국정감사에서도 거론되는 등 정치권 이슈로까지 번지며 여론이 악화되는 점은 오릭스 측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릭스를 일본 대부업 투자자금으로 몰아가는 국내 여론도 현대증권 인수 포기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국내에 기반을 두고 있는 오릭스PE로선 레퓨테이션(Reputation 평판) 리스크로 인한 상처를 무시할 없기 때문이다.

다만 오릭스는 대부업을 하지 않는다. 1964년 일본 오사카에서 종업원 13명, 자본금 1억엔의 소규모 리스회사에서 출범한 오릭스는 부동산개발, 자동차 리스 및 렌탈, 생명보험, 은행, 카드대출 사업 등을 영위하는 종합금융서비스 회사다. 국내에선 한국금융투자, 메리츠금융지주 등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현대증권 인수 주체는 일본 본사가 아닌 한국 오릭스PE로서 전체 인수자금중 본사 자금은 10~20% 수준에 불과하다. 일본 본사가 현대증권을 인수한다고 보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여러 외부 변수가 발생하면서 오릭스로서는 롱스탑데이트(Long-Stop Date, 주식인수계약의 종결기한)에 대한 연장도 무의미한 것으로 판단했다. 자베즈와의 신뢰 균열뿐만 아니라 정치적 여론 악화 등을 고려할 때 승산이 없을 것이란 판단이 앞섰기 때문이다.

딜에 정통한 관계자는 “외부적인 문제가 선결되지 않는 상태에서 단순히 롱스탑데이트에 대한 연장은 무의미한 상황”이라며 “딜의 종결 가능성이 불확실할 경우 재무구조 개선이 급한 현대 측이 먼저 매매계약 해제요청을 할수도 있기 때문에 오릭스가 먼저 드랍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
☞ 현대증권 매각 불발…현대그룹 재무구조 개선 `빨간불`
☞ 오릭스PE, 현대증권 인수 포기(종합)
☞ 오릭스PE, 현대증권 인수 포기(1보)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펑" 폭발음..포항제철 불
  • 필드 위 여신
  • 노병, 돌아오다
  • '완벽 몸매'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