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열린 국정원…재빠른 강제수사 배경은

'말 맞추기' 차단하고 물증 최우선 확보 의도
진상조사 단계서 의혹 실체 상당 부분 확인한 듯
  • 등록 2014-03-10 오후 9:32:26

    수정 2014-03-10 오후 9:32:26

(서울=연합뉴스)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10일 오후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본원을 압수수색하면서 강제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은 2005년 ‘안기부·국정원 도청’ 사건, 지난해 ‘대선·정치 개입 의혹’ 사건에 이어 사상 세번째다.

본격 수사 첫날 압수수색 = 검찰은 사실상 공식 수사에 나선 첫날 국정원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지난 7일 진상조사를 수사체제로 전환하고 주말 동안 전열을 재정비한 직후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국정원의 대선·정치개입 의혹을 수사할 당시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꾸린 지 12일 만에 국정원 본원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에서 2012년 말부터 진행된 유우성(34)씨의 간첩혐의 사건 수사와 공판 관련 자료, 내부보고서 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신속하게 강제수사에 나선 배경에는 우선 수사 대상자들이 말을 맞춰 증거를 없애려는 시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물증을 우선 확보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증거조작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인물들은 국정원 대공수사팀 직원들과 선양(瀋陽) 총영사관의 이인철 영사, 현지와 국내를 오가며 일하는 ‘블랙요원’, 국정원의 ‘협조자’ 등이다.

이들은 책임의 경중에만 차이가 있을 뿐 사실상 증거조작 혐의의 공동 피의자인데다 대부분 장기간 함께 근무하거나 협력해온 사이여서 말을 맞춰 수사망을 빠져나가려 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우려는 이미 진상조사 과정에서 일부 현실로 나타났다.

국정원은 협조자인 조선족 김모(61)씨가 증거조작 혐의를 벗겨주는 진술을 할 것으로 보고 정보원 신분인데도 그를 검찰에 출석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의 이런 전략은 김씨가 조사 과정에서 “국정원이 위조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진술을 바꾸는 바람에 스스로 발목을 잡은 격이 됐다.

그동안 수사에 준하는 수준의 진상조사를 벌이면서 혐의를 입증할 만한 수사자료가 상당히 축적된 점도 발 빠르게 강제수사에 나서는 데 한몫했다는 평가다.

검찰은 지난달 18일 진상조사팀을 꾸린 뒤 2주 넘게 대검찰청에서 검찰과 변호인측의 각종 문서들을 감정하고 일부 관련자들은 소환 조사하는 등 사실상 수사를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검찰과 변호인측이 제출한 문건에 찍힌 관인이 서로 다르다는 문서감정 결과를 확보하는 한편 일부 소환조사 대상자에게는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인 진술을 얻어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지난 7일 공식수사 전환은 강제수사 착수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여겨졌다. 국정원 압수수색 역시 예견된 수순이었다.

참고인의 진술서마저 위조됐다는 등 중국대사관이 위조라고 판명한 3건의 문서 주변으로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집중 수사대상을 선별해내겠다는 의도도 읽힌다.

국정원 본원은 내부 구조와 각 부서 위치 등을 사전에 확인하기 어려워 압수수색이 까다롭다는 게 검찰의 일반적 평가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해 댓글사건 수사 당시 경험 등을 바탕으로 임의제출이 아닌 압수수색이라는 정공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날 전격적으로 이뤄진 압수수색이 실효성을 거둘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형사소송법상 공무원의 직무상 비밀에 관한 물품 등에 관해서는 해당 관공서의 승낙이 없으면 압수를 할 수 없다. 이날 압수수색 역시 국정원의 사전 협조를 얻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압수수색 당시 검찰은 영장을 가지고도 메인서버에는 접근하지 못햇다.

국정원 사상 세번째 ‘수난’= 국정원은 지난해 4월 압수수색으로 홍역을 치른지 1년이 채 안돼 또다시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이 되는 수난을 겪었다.

검찰은 2005년 8월 국정원의 전신인 옛 국가안전기획부가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4∼1997년께 정ㆍ관ㆍ재계와 언론계 인사 1천800여명을 상대로 전방위 도청을 한 이른바 ‘X파일 사건’을 수사하면서 물증 확보를 위해 국정원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압수수색은 1961년 중앙정보부가 창설된 이래 처음으로 기록됐을 뿐 아니라 국가의 최고 정보기관이 압수수색을 당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일이어서 국·내외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검찰의 주요 압수수색 대상은 2002년 10월에 해체된 감청담당 부서인 ‘과학보안국’ 후신에 해당하는 부서의 사무실 등이었다. 당시 검찰 수사팀의 좌장은 중앙지검 공안부를 지휘하는 2차장 검사였던 황교안 현 법무부 장관이었다.

지난해에는 대선·정치개입 의혹과 관련해 이른바 ‘인터넷 댓글’을 단 직원들이 대거 근무했던 국정원의 옛 심리정보국 산하 사무실이 주요 타깃이었다.

국정원 심리정보국은 2011년 말 3차장 산하의 대북심리전단을 심리정보국으로 확대 개편해 새롭게 출범했지만 지난해 전격 폐지됐다. 활동 당시 산하에 안보 1·2·3팀 등 4개 팀을 두고 70여명의 인력이 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압수수색은 국정원이 간첩사건 증거위조 의혹과 관련해 조직적으로 불법 행위에 개입·관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검찰이 협조자 김씨의 자살기도 등 돌발변수에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국정원은 사상 세 번째로 검찰에 문을 열어주게 됐다.

검찰은 국정원에서 압수한 각종 증거들을 분석하고 기존의 관련자 진술 등과 비교해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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