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이재명 "형님, 부디 못난 동생을 용서해주십시오" (전문)

  • 등록 2020-10-16 오후 5:09:17

    수정 2020-10-16 오후 5:09:17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공표 혐의 파기환송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미처 하지 못한 말’을 전했다.

이 지사는 이날 오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이 같은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파기환송심 최종선고가 내려지던 순간, 2년여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헤아릴 수 없는 고마움이 지난 시간 곳곳에 촘촘히 박혀 있다. 아픈 기억은 멀어지고 미안한 마음만 남아 있다”고 운을 뗐다.

이 지사는 “2년 간의 칠흑 같던 재판과정을 마무리하며 그동안 미처 하지 못한 말을 전한다”며 “셋째 형님. 살아생전 당신과 화해하지 못한 것이 평생 마음에 남을 것 같다”고 적었다.

이어 “어릴 적 지독한 가난의 굴레를 함께 넘으며 서로 의지했던 시간을 기억한다”며 “우리를 갈라놓은 수많은 삶의 기로를 원망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부디 못난 동생을 용서해달라”며 “하늘에서는 마음 편하게 지내시길, 불효자를 대신해 어머니 잘 모셔주시길 부탁 올린다”고 전했다.

‘친형 강제입원’ 사건과 관련한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에 처해졌다가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판결을 받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나와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지사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6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인 재선 씨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됐다.

또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 토론회에서 “친형을 강제입원 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도 받았다.

2심은 1심과 달리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에 대해 유죄로 보고, 이 지사에게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7월 상고심에서 “이 지사의 토론회 발언은 상대 후보자의 의혹 제기에 대한 답변·해명에 해당 한다”고 판단,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고법에 돌려보냈다.

이 지사에겐 친형 강제입원 지시 의혹과 함께 ‘어머니 관련 채무’, ‘형수 욕설 녹음파일’ 등이 정치 행보의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이 지사는 재선씨가 폐암으로 2017년 11월 숨지자 수원시 아주대학교병원에 마련된 빈소를 찾았으나, 형수 등 유족의 반대로 조문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한편, 이 지사는 “무엇보다 재판으로 인해 도정에 더 많이 충실하지 못한 점, 도민 여러분께 송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그는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이고 시간은 촉박한데 개인적 송사로 심려 끼쳐 드렸다”면서 “너른 마음으로 지켜봐 주신 도민 여러분, 지지자 여러분께 거듭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사필귀정의 최종판단을 내려준 사법부에도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또 “이제 제게는 도정 한 길만 남았다”며 “절박한 서민의 삶을 바꾸고, 구성원의 기본권을 충실히 보장하며, 불평등 불공정에 당당히 맞서 만들어 낸 실적과 성과로 도민 여러분께 엄중히 평가 받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재명 지사의 ‘파기환송심 무죄’ 관련 심경 전문이다.

<미처 하지 못한 말…>

파기환송심 최종선고가 내려지던 순간, 2년 여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헤아릴 수 없는 고마움이 지난 시간 곳곳에 촘촘히 박혀 있습니다. 아픈 기억은 멀어지고 미안한 마음만 남아 있습니다.

무엇보다 재판으로 인해 도정에 더 많이 충실하지 못한 점, 도민 여러분께 송구한 마음입니다.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이고 시간은 촉박한데 개인적 송사로 심려 끼쳐 드렸습니다. 끝까지 너른 마음으로 지켜봐 주신 도민 여러분, 지지자 여러분께 거듭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사필귀정의 최종판단을 내려준 사법부에도 경의를 표합니다.

이제 제게는 도정 한 길만 남았습니다. 절박한 서민의 삶을 바꾸고, 구성원의 기본권을 충실히 보장하며, 불평등 불공정에 당당히 맞서 만들어 낸 실적과 성과로 도민 여러분께 엄중히 평가 받겠습니다.

덧붙여 2년간의 칠흑 같던 재판과정을 마무리하며 그동안 미처 하지 못한 말을 전합니다.

셋째 형님. 살아생전 당신과 화해하지 못한 것이 평생 마음에 남을 것 같습니다. 어릴 적 지독한 가난의 굴레를 함께 넘으며 서로를 의지했던 시간들을 기억합니다. 우리를 갈라놓은 수많은 삶의 기로를 원망합니다.

부디 못난 동생을 용서해주십시오. 하늘에서는 마음 편하게 지내시길, 불효자를 대신해 어머니 잘 모셔주시길 부탁 올립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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