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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전지는 역시 서울이다. 올 연말 특허가 만료되는 3장(롯데 소공·잠실, SK 워커힐)의 티켓을 두고 기존 사업자인 롯데와 SK, 신규 사업자인 두산과 신세계가 배수의 진을 치고 막판까지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크게 보면 지키려는 자와 뺏으려는 자의 싸움이다. 그 중에서도 최근 경영권 분쟁으로 홍역을 치른 롯데가 두 장의 사업권을 온전히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에 더한 관심이 모아진다.
이는 다르게 표현하면 ‘경험이냐’ ‘기회냐’의 문제도 될 수 있다.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의 명운을 떠나 국내 면세시장 전체를 두고 보면 ‘세계화’와 ‘지역 발전’ 사이 선택이기도 하다.
세계화에 방점을 찍고 보면 롯데는 최고 적임자다.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5년 여행·관광 경쟁력 보고서’에서 한국은 일본(9위)과 중국(17위)에도 크게 뒤처진 29위를 차지했다. 2013년 세계 25위에서 4계단 더 하락했다.
반면 관광산업의 한 축으로 평가받는 면세시장에서 롯데면세점은 2013년 세계 4위에서 지난해 3위로 올라섰다. 스위스 듀프리(Dufry), 미국 DFS에 이은 세계 3위 면세기업으로 자리매김하며 경쟁력을 인정 받았다.
여기에 도전하는 신세계와 두산 등은 ‘지역 발전’을 가장 강력한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신세계는 ‘남대문’을, 두산과 SK는 ‘동대문’을 각각 면세점 후보지로 내세운 상황. 이들 기업은 면세 사업권을 획득할 경우 현재 명동 중심의 외국인 관광 상권을 남·동대문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외국인 관광객이 면세 물건을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등 기존 면세점이 사대문 안에 집중된 외국인 관광객을 충분히 소화하기 어려운 점도 이유로 들고 있다.
업계에선 ‘세계화’와 ‘지역 발전’ 모두 중요한 평가기준이 될 수 있어 결과를 쉽게 예단하지 못하고 있다.
관세청이 공개한 사업자 평가 기준은 관리역량(300점), 지속가능성 및 재무건전성 등 경영능력(250점),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150점), 중소기업 제품 판매실적 등 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공헌도(150점),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 정도(150점) 등이다.
평가 기준만 놓고 보면 롯데와 SK 등 기존 사업자가 유리해 보이지만 지난 7월 신규 서울시내 면세점 입찰 결과를 보면 ‘지역 발전’이 ‘관리 역량’ ‘경영 능력’ 못지않게 비중 있게 고려됐다. 용산 전자상가의 부활을 강조한 HDC신라면세점, 서울의 과거 랜드마크였던 63빌딩을 후보지로 내세운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롯데, 신세계 등 쟁쟁한 유통기업을 제치고 마지막 승자가 됐다.
면세점 업계 한 관계자는 “면세점 이용 고객의 80%가 외국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가 아닌 글로벌 면세시장 전체를 하나의 시장으로 보고 관련 경쟁력을 키워 나가야 하는 게 맞다고 본다”라면서 “그렇다고 특정 기업 몰아주기로 비치는 것은 정부 입장에서도 부담일 수 있다. 세계화냐, 내수시장 균형 발전이냐. 결국에는 선택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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