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크레딧]한진해운, '밑빠진 독?'

  • 등록 2013-10-31 오후 7:08:08

    수정 2013-10-31 오후 7:08:08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에 1500억원의 자금지원에 나섰다. 일단 11월1일 만기가 도래하는 기업어음(CP) 1050억원에 대한 급한불은 껐다.

그러나 크레디트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한진해운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당장 1050억원 규모의 CP도 막기 어려워 대한항공에 손을 뻗을 만큼 한진해운의 재무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미 한진해운은 지난 7월 계열사인 한진해운신항만의 유상증자를 통해 2800억원을 수혈한 바 있다. 그럼에도 3개월 여 만에 대한항공이 지원을 결정한 것은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도 모두 차입금 상환 등에 쓰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1500억원 확보로 모든 위기를 넘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11월 CP를 막은 후 12월에 또 1050억원의 추가 CP 만기가 돌아온다. 내년 3월에는 회사채 1800억원 만기도 기다리고 있다.

국내 1위 해운사인 한진해운은 지난 2011년과 2012년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자기자본이 2조7000억원에서 1조3000억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부채비율은 6월 말 별도기준 775%에 이른다. 차입금 중 유동성장기부채 등 단기성 차입금이 2조9000억원으로 당장 갚아야 할 빚 부담이 크다.

한진해운은 우선 4억 달러(4000억원) 규모 영구채 발행에 희망을 걸고 있다. 이 자금을 확보하면 연말까지 CP를 막는 등 유동성 여유를 확보할 수 있다. 3월부터 돌아오는 내년 회사채 만기는 정부의 회사채 차환 지원을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구채 발행에 대해서도 시장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은행권의 지급보증이 있어야 하는데 1억 달러의 지급보증을 요청받은 우리은행이 곤란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나마 하나은행은 1억 달러 지급보증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두 은행이 총 2억 달러의 지급보증을 해야 산업은행이 나머지 2억 달러에 대한 지급보증을 할 수 있다.

다행인 것은 금융당국이 한진해운의 상황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은행이 아닌 다른 은행을 통해서라도 한진해운에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해운업계의 판도변화를 볼 때 머스크 등 1~3위 기업들이 합종연횡하며 규모를 키우고 있어 자칫 한국이 글로벌 해운업계에서 완전히 소외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덕분이다.

크레디트 시장에서는 영구채 발행에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당장 12월 CP를 상환하기 위해서라도 대한항공의 추가 지원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처럼 한진해운홀딩스가 보유한 한진해운 지분을 담보로 대항항공이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 외 대한항공이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안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러나 이 역시 한진그룹에서 계열분리를 꿈꿔온 한진해운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유상증자를 통해 대한항공의 한진해운 지분이 늘어나면 계열분리의 꿈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크레디트 업계는 유상증자 규모가 약 2000억원 수준으로 당장의 급한 불을 끌 정도에서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지원은 임시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며 “영구채 발행이 된다면 내년에는 정부의 도움으로 버틸 수 있겠지만 이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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