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vs.조종사 노조 "대화 의지 있다"..합의는 시기상조

[이데일리 신정은 기자] 대한항공(003490)이 조종사 노조 간부에 대해 파면을 결정한 가운데 노사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노사 모두 대화의 창이 열려 있다고 하지만 합의점을 찾기에는 여전히 긴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8일 대한항공은 조양호 회장 등 경영진을 비난하는 내용의 스티커를 가방에 붙인 조종사 20여 명에 대한 자격심의위원회를 기존 9일에서 다음주로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 노조 측이 20명 조종사에 대한 자격심의위원회의 중단을 요구했고, 더불어 임금교섭의 조속한 타결을 희망한다는 공문을 보내온 점을 고려해서다. 사측은 이 같은 결정과 함께 노조 측에 임금 교섭을 조속 재개할 것을 요청하는 회신을 보냈다.

노사 양측은 이를 통해 대화의 의지를 확인했다. 노조 관계자는 “이날 열리는 집행부 회의에서 앞으로의 협의방향 등을 논의할 것”이라며 “언제든 사측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노조 측과 빠른 시일내 임금 교섭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나 임금 인상률에 대한 양측의 이견이 너무 커 합의를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다. 노조는 37%의 임금 인상을, 사측은 총액 대비 1.9% 인상안을 고수하고 있다. 법적 문제도 풀어야 한다. 사측은 앞서 지난달 24일 회사와 조양호 회장을 근거 없이 비방했다는 이유로 노조위원장과 집행부 등 5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게다가 전날 대한항공은 준법투쟁 기간에 비행을 거부한 박 모 기장에 대해 파면 징계를 결정했다. 노조에 따르면 박 모 기장은 사측의 파면 징계에 대해 재심을 요청할 방침이다. 노조 교선 실장인 박 기장은 지난달 21일 ‘24시간 내 연속 12시간 근무 규정’에 어긋나는 상황이 되자 준법투쟁 일환으로 비행을 거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박 기장이 비행 전 브리핑을 3배 이상인 60분 이상을 지연시켜 고의적으로 항공기 출발을 지연시켰다”며 “더 이상 박 기장이 항공기의 안전을 책임지는 기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박 기장이 계획대로 재심을 요청할 경우 중앙 상벌심의위원회에서 재소명 기회를 가진 뒤 최종징계를 확정할 예정이다.

대한항공 B737-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