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3시부터 무급노동"…여성의 날 맞아 '페이미투' 한목소리

8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광장서 조기퇴근 시위
'100 vs 63'…"OECD 최고 수준 임금격차 해소해야"
채용 성차별 문제·성차별적 조직문화 비판도
  • 등록 2019-03-08 오후 4:23:49

    수정 2019-03-08 오후 4:23:49

세계여성의 날인 8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제3회 3시 STOP 조기퇴근시위’가 열려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여성의 노동력은 싸구려가 아니다”

111번째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계가 임금 성차별 문제를 제기하는 집회 ‘3시 STOP 조기퇴근 시위’를 열었다. 지난 2017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3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이들은 임금격차와 함께 직장 내 남성중심적 문화와 경력단절, 여성구직자 차별 철폐 등을 요구했다.

사회를 맡은 최미진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대표는 “100대 64라는 거대한 임금격차를 시간으로 환산하면 여성은 오후 3시부터는 무급으로 일하고 있는 셈”이라며 “무노동 무임금이 원칙이라면 돈 안 주는 노동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경제적 자립은 여성이 당당하게 살기 위한 중요한 요건 중 하나”라며 “여성이라는 이유로 면접에서 떨어지고 차별임금을 받고 성희롱과 성폭력을 당하는 성차별 구조를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일터 내 성차별을 고발하는 ‘페이미투(PayMetoo)’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성의 날을 앞두고 여성계가 벌인 설문조사에서는 여성을 비정규직으로만 채용하거나 채용 후에도 주요 업무를 주지 않는 소위 ‘배치차별’과 ‘승진차별’이 가장 시급히 해결돼야 할 일터 성차별로 꼽혔다.

발언자로 나선 양재남 전국여성노조 서울지부 서강대분회장은 “노동조합을 만들어 16년째 임금교섭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청소노동자의 임금은 최저임금 언저리”라며 “정규직은 가족수당·학자금·정기상여금 등을 받지만 간접고용 노동자인 우리에겐 월 3만 원의 교통보조비가 전부”라고 말했다.

여성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성희롱과 성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직장 내 조직문화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황현숙 서울여성노동자회 부회장은 “오늘 오전에도 ‘회식 후 직장 상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문의 전화를 받았다”라며 “직장 내 성희롱 문제로 찾아온 여성노동자 10명 중 6명이 회사에서 성폭력 예방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황 부회장은 “미투 운동으로 용기를 얻어 성폭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여성들은 많아지고 있지만 실질적인 제도와 직장 내 문화는 같은 속도로 변화하지 않고 있다”며 “일터 성폭력은 여성임원이 적고 성차별적인 직장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채용 성차별에 대해 주수정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활동가는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이 최종합격자의 성비를 정해두고 우수한 여성 구직자를 탈락시킨 정황이 포착됐지만 벌금은 500만원에 불과했다”라며 “채용 성차별에서 시작된 일터 내 남성중심적 문화가 성별 임금격차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발언 후 참가자 38명은 ‘비정규직 여성화 박살 내자’·‘30년 다녀도 최저임금, 여성노동자는 용돈 벌러 온 것이 아니다’·‘출산은 나의 은퇴가 아니다’ 등 여성노동자를 향한 차별적 발언이 적힌 피켓을 읽고 부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한편 성별 임금격차 등을 지적하는 ‘3시 STOP 조기퇴근 시위’는 서울뿐 아니라 대구, 경북 경산, 경북 경주, 부산 등지에서도 열렸다.

세계여성의 날인 8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제3회 3시 STOP 조기퇴근시위’에서 참가자들이 여성 차별 사례를 적은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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