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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곳곳에는 이런 안내문이 붙어 있다. 나라 곳간의 열쇠를 쥐고 있는 부처인 만큼 청렴을 강조하는 것도 당연하다. 다른 정부부처와 달리 유독 기재부 공무원의 명함에 ‘기재부 전 직원은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를 근절하고 청렴·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 비상시국이 더해지면서 기재부에 새로운 풍경이 추가됐다. 예산실이 있는 기재부 3층 엘리베이터 앞에 ‘청렴’이라고 적힌 어깨띠를 두른 감사실 직원이 서서 커피나 음료수를 가져온 이들을 통제하는 것이다.
청렴을 강조하는 교육이나 안내는 부처 차원에서 수시로 해왔지만 직원이 아예 입구를 지키고 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음식이나 선물을 챙겨온 외부인들에게 다시 가져가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에 기재부는 일찌감치 내년 예산편성에서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재부는 각 부처에 전달한 2021년도 예산안 편성 세부지침에서 고정비를 제외한 재량지출의 10%를 깎겠다고 공언했고, 수백개에 달하는 보조금·출연금 사업도 정말 필요한 예산이 맞는지 꼼꼼하게 따져보기로 했다.
이러한 이해관계 속에서 기재부를 상대로 예산을 따내야 하는 각 부처와 지자체 공무원들 사이에선 새로운 예산은커녕 기존 예산을 지키는 것도 어려워졌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지역 연고권을 내세워 예산실 공무원에게 ‘읍소’하거나 지자체장과 국회의원으로 꾸려진 예산 확보 전담반이 세종을 방문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본예산 편성 시기여서 각 부처·지자체 관계자들이 예산실 직원들을 만나러 오면서 여전히 커피 등 음료를 들고 오는 경우가 있다”며 “직원들이 직접 나서서 청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