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증권 내부 불만 폭발…`주진형式 개혁` 좌초 위기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결국 터질 게 터졌다. 주진형(사진) 한화투자증권(003530) 사장의 밀어붙인 ‘서비스 선택제’ 시행을 두고 직원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하기 시작했다. 주 사장의 내년 3월 퇴임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임직원들이 직접 항의 방문하는 등 레임덕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한화증권 리테일본부 지역 사업부장과 지점장 50여명은 대표실을 찾아가 다음달 5일부터 실시할 예정인 서비스 선택제 유보를 요구했다. 주 사장 취임 이후 직원들이 집단으로 문제 제기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이달 중순에도 연판장을 돌려 서비스 선택제 도입 반대 의견을 제기한 바 있다. 25일에는 “고객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고객과 영업 사원의 연쇄 이탈로 영업기반의 심각한 손실이 예상된다”는 내용의 성명도 냈다.

서비스 선택제는 주식 투자 시 상담·관리가 필요한 고객과 스스로 판단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고객을 분리한 제도다. 컨설팅 계좌는 프라이빗뱅커(PB) 조언을 통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기존보다 수수료를 다소 높이고, 다이렉트 계좌는 더 저려함 수수료를 책정하고 고객이 온라인 등을 통해 직접 투자토록 했다.

현재 회사 주식매매수수료는 온라인·ARS의 경우 0.10%×약정금액+1950원, 고객지원센터는 0.25%×약정금액+9500원, 오프라인 0.25%×약정금액+1만9500원이다. 서비스 선택제가 도입되면 온라인의 경우 컨설팅 계좌는 0.195%×약정금액(최소 1만9500원), 다이렉트는 6950원이다. 고객지원센터에서는 각각 0.295%×약정금액(최소 2만9500원), 2만6950원으로 결정된다.

문제는 다이렉트 계좌 선택 시 발생하는 수수료가 직원들의 실적으로 잡히지 않는 데서 촉발됐다. 주 사장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온라인 고객에게서 나오는 온라인 수수료 수익 전액을 직원의 실적으로 잡는 것은 모순”이라고 제도 도입 취지를 설명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회사 내부에서는 후속 조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기상조라며 반대 의견이 흘러나왔다. 특히 회사가 연판장 작성을 주도한 지역 사업부장을 정직 처분하고 사내 인트라넷과 직원 이메일 계정을 막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자 직원 불만이 고조된 것으로 전해졌다.

성명서 발표에 이어 본사 팀장 30여명과 프라이빗뱅커(PB)들도 지지 성명을 냈다. 본사 팀장들은 성명에서 “(주 대표가) 지난주 회의에서 ‘서비스 선택제를 하지 않으면 직원 100명을 자르면 된다’고 말한 것은 임직원 생존을 담보로 협박하는 것“이라며 ”직원과 고객을 대상으로 무책임한 실험을 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주 사장은 최근 그룹과의 불화로 경질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한화그룹은 이미 여승주 그룹 부사장을 새 대표이사로 내정, 11월 사내이사에 선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