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아파트 다수 주거동까지 무량판 구조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 일파만파]
정부, 293개단지 전수조사…안전진단 결과 3개월 소요 전망
철근 누락 등 밝혀질땐 파장 클 듯…"감리기능 붕괴가 원인"
  • 등록 2023-08-01 오후 7:03:09

    수정 2023-08-01 오후 7:23:44

[이데일리 박지애 박경훈 기자] 정부가 ‘철근 누락’ 전수조사에 나서기로 한 민간 아파트 293개 단지 중에는 지하 주차장뿐 아니라 주거동에 무량판 구조를 채택한 곳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1월 외벽이 붕괴한 광주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역시 주거동에 무량판 구조를 채택한 곳이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1일 오후 경기도 양주시 덕계동 양주회천A15블록 지하 주차장에서 건설 관계자가 철판 보강된 기둥을 바라보고 있다.
◇민간아파트 전수조사 3개월 소요 예상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준공된 전국 민간 아파트 중 무량판 구조를 채택한 단지는 모두 293개다. 이 중 105개 단지는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며 188개 단지는 이미 입주를 마쳤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들 현장은 주민이 추천하는 안전진단기관을 통해 점검하고 LH처럼 안전에 이상이 있다면 전문진단을 통해 보수 보강 작업을 빠르게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31일 국토부와 LH가 발표한 보수보강이 필요한 무량판 아파트 15개 단지는 주거동이 아닌 지하 주차장에만 무량판 구조를 사용했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15개 단지는 검단 사태를 보고 자체적으로 LH가 조사에 나서서 확인한 것이다”며 “주거동에는 이상이 없지만 주차장에만 철근 누락이 확인돼 당장 주거 안전에 큰 문제가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수조사 대상인 민간 아파트는 지하 주차장은 물론 주거동에도 무량판 구조를 사용한 곳이 섞여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민이 불안해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달 중으로 최대한 빨리 구체적인 점검 방안을 밝힐 계획”이라며 “이때 민간 무량판 아파트 현황을 종합적으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민간 아파트 전수 조사 대상을 2017년 이후 착공한 아파트로 잡았다. 이에 대해 LH가 본격적으로 무량판 구조를 도입한 게 2017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통상 아파트는 준공 이후 2∼4년 주기로 정밀안전점검을 받기 때문에 2017년 이전 준공 아파트는 정밀안전점검을 한 차례 이상 거쳤다고 보고 전수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설명이다.

무량판 민간 아파트의 안전진단 결과가 나오려면 3개월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설계 도면과 구조계산서를 분석하고 초음파를 이용해 철근이 제대로 들어가 있는지 확인하는 비파괴 검사를 하게 된다. 콘크리트 강도 조사도 거친다. 점검과 하자보수 등 전반적인 비용은 아파트 공사 시 통상적으로 총공사비의 3%로 책정돼 예치하고 있는 하자보수 비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단 계획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LH 무량판 구조 조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무량판 구조가 아닌 감리 기능 붕괴가 근본적 문제

전문가들은 무량판 구조 자체가 아닌 감리 기능의 붕괴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했다. 송창영 한국재난안전기술원 이사장(광주대 건축학부 교수)은 “설계업체의 구조 분석 실패, 시공 부실, 설계와 시공의 적합성을 확인할 사회 안전 시스템인 감리 기능의 붕괴가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다”며 “한국 건설 생태계가 지속할 수 있을지 전반적으로 시스템을 점검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송 이사장은 “광주 화정 아이파크, 인천 검단신도시 사태 등에서 알 수 있듯 무량판 구조는 원칙적으로 슬래브의 하중을 보가 받고, 보의 하중을 기둥이 받아야 하는데 이 구조의 특성을 정확히 알고 우리가 제대로 설계하고 시공만 한다면 큰 문제는 없다”며 “무량판 구조를 특수 구조 개념으로 받아들여 전문 기술자가 강도 높은 건축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도적으로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홍섭 한국건설안전학회 회장(군산대 건축공학과 교수)은 “설계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게 가장 큰 문제이고, ‘설렁설렁해도 된다’는 안일한 인식을 심게 한 제도와 정부 태도도 문제였다”며 “부실한 설계나 시공을 해도 넘어가는 일종의 관행이 그동안 현장에 만연했다”고 지적했다.

안 회장은 “발주처가 설계를 똑바로 하고 시공을 점검할 책임이 가장 큰 데 국내 건축법은 현장 분위기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번 기회에 건설 단계마다 공정하고 명확하게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제도를 총체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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