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교육·선교 이끈 벙커 부부 '왕의 행차' 병풍 특별 공개

다음달 11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서
19세기 후반 궁중 도화서 화원들 작품
  • 등록 2020-09-15 오후 3:18:50

    수정 2020-09-15 오후 3:18:50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국립중앙박물관은 미국 오벌린대학교 알렌기념관이 소장하고 있는 ‘왕의 행차’ 병풍을 15일부터 특별 공개한다고 밝혔다.

해당 병풍은 1886년부터 1926년까지 국내에서 교육·의료·선교 활동한 달젤 벙커(Dalzell Bunker)와 애니 앨러스 벙커(Annie Allers Bunker) 부부가 소장했던 것으로, 1933년 오벌린대학교에 기증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지난 2년간 보존처리를 맡았고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기 전인 다음달 11일까지 27일간 박물관에서 전시된다.

달젤 벙커는 최초의 근대식 공립교육기관인 육영공원 교사와 배재학당장 등을 지낸 근대 교육의 개척자이다. 애니 앨러스 벙커는 최초의 근대식 병원인 광혜원과 명성황후를 가까이에서 돌보던 간호사이자, 정동여학당(현재의 정신여고)의 초대 교장을 지냈다.

국내에서 처음 공개되는 이 병풍은 대자연 속에 일월오봉병을 배경으로 자리한 왕을 비롯해 여러 인물과 동물 등의 다양한 모습에서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청록산수를 기반으로 정교한 필선과 화려한 채색으로 그린 궁정화풍을 띠고 있어, 19세기 후반 궁중 도화서 화원들이 그린 작품으로 보인다. 병풍은 특별 공개를 마친 후 미국으로 돌아간다.

병풍은 미국에서 한 차례 보수된 적이 있으나, 이번 기회에 한국 전통방식의 장황으로 다시 꾸며졌다. 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병풍 보수 작업은 1926년 미국으로 돌아간 후 조선에 묻히고 싶다는 유언을 남겨 서울 양화진 외국인선교사묘원에 안장된 벙커 부부의 한국 사랑과 헌신에 대한 보답의 의미가 담겨있다”고 전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코로나19로 인해 임시휴관 중이다. 박물관 홈페이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왕의 행차’ 병풍을 만날 수 있다.

한편 국립중앙박물관은 해외에 흩어져 있는 한국 문화재의 보존과 활용을 위해 2009년부터 외국박물관의 한국실을 대상으로 전시실 환경개선·도서출판·교육프로그램 운영·한국문화재 학술자문·보존처리·온라인 정보 공개 등 사업을 지원해왔다. 지금까지 총 8개국 28개관 55개 유물이 지원을 받았다.

보존처리 된 ‘왕의 행차’ 병풍(사진=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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