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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국내 초미세먼지의 32%가 중국 발(發) 미세먼지라는 내용이 담긴 한·중·일 공동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중국이 자국의 책임을 인정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기대가 모이고 있다. 다만 미세먼지가 극심해지는 겨울철 고농도 시기 중국의 기여율 등이 합의된 발표 내용에서 빠지면서 중국의 적극적인 협력을 확신하기는 시기상조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20일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동북아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 국제공동연구(LTP)’ 요약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한·중·일의 과학자들이 공동으로 연구하고 각국의 환경당국 담담자의 검토를 마친 뒤 발간돼 3국이 공식 인정을 받은 자료다. 보고서에는 한국에서 연평균 발생하는 초미세먼지 중 국내 요인이 51%이고 중국발 미세먼지가 32%를 차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장윤석 국립환경과학원장은 이날 환경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번 공동연구는 초기에 단순히 연구자들의 모임이었기 때문에 대외 발표가 없었다”며 “처음엔 중국이 발표하는 걸 거부하기도 했지만 결국 30% 정도를 인정했고 이를 바탕으로 추가 연구를 덧붙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처음으로 국내 미세먼지에 대한 자국의 책임을 공식 자료로 인정하면서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중국과의 미세먼지 저감 협력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4일 조명래 환경부 장관과 리간지에 중국 생태환경부장은 미세먼지 공동 대응을 위한 ‘청천(晴天) 계획 이행방안’에 서명했다.
한편 이번 발표에서 겨울철 미세먼지 고농도 시기 때 중국의 기여도 등 핵심 내용이 빠지면서 적극적인 협력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초고농도 미세먼지가 극심했던 시기인 지난 1월 15일 국외 미세먼지가 전체의 82%까지 치솟았다. 이에 중국발 미세먼지의 고농도 시기 영향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졌지만 이번 발표 내용을 합의할 땐 연평균 수치만 공표하기로 했다. 특히 중국 측은 서울의 초미세먼지에 대한 자국의 기여율을 29%로 낮게 평가했다. 결국 오는 23일 한·중·일 환경장관 회의에서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중국이 얼마나 책임성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문제 해결의 속도를 가늠해 볼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