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92) 할머니가 지난 1월 29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김복동 할머니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길 할머니는 지난달 서울고등법원 재판부에 제출한 손편지에서 “박근혜 정부 시절 ‘한·일 위안부 협상’ 과정서 일본이 강제연행 사실을 인정했는지 진실을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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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박근혜 정부 시절 체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 관련 협상 문서를 정부가 공개해야 한다는 1심 판결이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1심 재판부는 국민의 알 권리와 국정 운영의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문서를 공개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한·일 외교 관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어 비공개 결정이 정당하다고 봤다.
서울고법 행정3부(재판장 문용선)는 18일 송기호 변호사가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 비공개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송 변호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해당 정보가 공개된다면 지금까지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에 쌓아온 외교적 신뢰 관계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뿐만 아니라, 양국 간 이해관계의 충돌이나 외교 관계의 긴장이 초래될 수 있다”고 밝혔다. 협상 문서를 공개할 경우 우리 정부의 신뢰성에 흠결이 생기는 것은 물론, 외교 교섭력 약화와 더불어 국제 사회에서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
재판부는 또 “비공개로 진행된 협의 내용을 공개하는 건 외교적·정치적 공방의 대상이 될 우려가 크다”며 “특히 위안부 문제는 양국 사이에 민감한 사안인 만큼, 협의의 일부 내용만이 공개됨으로써 협의의 전체적인 취지가 왜곡될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1심은 해당 문서를 비공개함으로써 보호할 수 있는 국가의 이익이 국민의 알 권리와 이를 충족해 얻을 공익 보다 크지 않다고 봤다.
송 변호사는 선고 직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상의해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송 변호사는 “일본 군과 관에 의한 강제연행이라는 역사적 진실에 기초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는 소송이었다”며 “일본이 강제연행 사실을 인정하고 사죄하고 배상할 때까지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