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추 전 美에너지장관 “후쿠시마 오염수 우려 과도”

노벨 물리학상 수상 스탠퍼드대 교수
제2회 환태평양 지속가능대화 포럼서,
“원전보다 석탄발전이 1000배 해로워,
기후위기 합리적 방법으로 해결해야”
  • 등록 2023-09-13 오후 6:42:06

    수정 2023-09-13 오후 6:42:06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미국 에너지부 장관을 지낸 세계적 석학 스티븐 추 스탠포드대 물리학과 교수가 우리나라와 중국의 일본 후쿠시마 오염(처리)수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고 말했다. 눈앞에 닥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무탄소 에너지원인 원자력을 활용해야 하는데, 이 같은 논쟁이 원자력에 대한 수용성을 낮춰 기후위기 대응을 늦출 수 있다는 우려 섞인 평가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스티븐 추 전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환태평양 지속가능 대화’ 국제 컨퍼런스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추 교수는 반기문재단과 스탠포드대가 13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공동 개최한 환태평양 지속가능 대화 포럼에서 “한국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걱정해 해산물을 먹지 말자며 겁을 내고 있고 중국은 아예 일본산 해산물 수입을 금지했지만 여전히 초밥을 먹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IAEA(국제원자력발전기구) 보고서를 보면 오염수 내 방사능은 엑스레이를 찍을 때보다 훨씬 적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방사능은 일상 속에서도 많다”며 “인천~뉴욕 비행기를 타면 북극을 거쳐 갈 때 대략 100배의 방사능에 노출되고 바나나나 청경채를 먹을 때도 방사능이 들어 있지만 인체에 해를 끼칠 정도는 아닌 수준”이라고 말했다. 추 교수는 1997년 레이저를 이용해 원자를 냉각·분리하는 연구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물리학자다.

그가 후쿠시마 사고에 대한 우려를 우려하는 것은 이 같은 원자력에 대한 불안이 원자력발전(원전)을 활용한 기후위기 대응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09~2013년 에너지부 장관을 지내며 재생에너지와 완전을 포함한 무탄소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퇴임 이후에도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 2017년 말 방한 땐 문재인 당시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추 교수는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능보다 수은이나 질소산화물, 황산 같은 석탄 화력발전소 배출 물질이 1000배는 더 해롭다”며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가난으로 돌아갈 게 아니라면 (무탄소 에너지인 원전을 활용한) 합리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 교수는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최근 전체 발전량의 10%를 맡은 원전 2기를 폐지하려 했는데 나를 포함한 학자들이 청정에너지 목표 달성을 위해선 원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고 결국 계속 가동키로 했다”며 “사람들은 원전을 두려워하지만 더 큰 위협은 기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선 기후위기에 대응해 지구 평균온도를 산업화 이전 대비 2도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키로 했으나 현 시점에선 3~3.5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화석연료에 기반한 에너지 산업뿐 아니라 철강이나 시멘트, 플라스틱, 비료를 사용하는 음식물에서 지금도 온실가스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과정에서 리더의 올바른 결단과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추 교수는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와 과학의 정치화에 대한 해법 질문에 “정부가 다양한 안전 조치를 마련하고도 사람들이 이를 믿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이 없다”며 “리더가 최대한 노력해 올바른 결정을 하고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방식으로 소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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