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부 가지안테프에서 발생한 규모 7.8의 대지진을 직접 현장에서 겪은 CNN방송의 에야드 쿠르디 기자는 지구 최후의 날과 같은 광경이 펼쳐져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무너진 건물 속에서는 생존자들이 살려달라고 외쳤고, 구조대들은 그들을 찾아내기 위해 맨손으로 흙을 파헤쳤다. 거주지를 상실해 가지안테프를 벗어나려는 사람들은 수 킬로미터(㎞)에 걸친 교통 체증에 갇혔다. 도로 곳곳엔 금이 갔고, 군데군데 고장 난 차들이 버려져 있었다.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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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이후 84년 만에 규모 7.8의 역대급 대지진이 발생한 튀르키예 동남부와 시리아 북부지역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날 오전 4시17분 튀르키예 남부 도시 가지안테프에서 약 33㎞ 떨어진 내륙에서 규모 7.8의 대지진이 발생했고, 약 9시간 뒤인 오후 1시24분 카흐라만마라슈 북동쪽 59㎞ 지점에서 규모 7.5에 달하는 여진이 또다시 발생했다. 첫 충격 이후 규모가 최소 5인 여진 13차례를 포함해 120여차례의 여진이 지속, 남부 인접국 시리아에서도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다.
튀르키예 국영 안달루 통신은 국가 재난관리청을 인용해 이번 대지진으로 튀르키예 사망자 수가 3419명으로 늘었고, 부상자는 2만534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시리아에서도 적어도 1602명이 사망했다. 양 국가의 전체 사망자 수는 5000명이 넘는다. 피해가 계속 확대되자 세계보건기구(WHO)는 사망자수가 2만여명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피해가 컸던 이유는 진앙 깊이가 약 18㎞로 얕았던 데다 내진 설계가 되지 않은 오래된 건물이 많아서다. 여기에 지진이 새벽에 발생하자 사람들이 대부분 건물 안에 머물면서 피해가 커졌다. 시리아의 경우 10년 넘게 지속한 내전으로 건물 상당수가 노후화하거나 손상이 심해 충격에 더욱 쉽게 무너졌다. 영국 포츠머스대의 카르멘 솔라나 화산학과 위험 커뮤니케이션 부문 부교수는 “안타깝게도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의 지진 저항 기반 시설은 수준이 고르지 못하다”고 말했다.
튀르키예 재난관리청은 이번 지진으로 건물이 최소 1만1000채가 무너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랜 역사를 지닌 문화 유산도 큰 피해를 봤다.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 통신은 로마·비잔티움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를 지닌 가지안테프 성이 크게 파손됐다고 보도했다. 성의 옹벽이 무너지고 망루 곳곳이 파손되거나 큰 균열이 생기는 등 피해가 극심하다고 전했다. 가지안테프 성의 주요 건물은 2~3세기 로마인들에 의해 건설됐고, 비잔티움 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 1세때 확장된 유서깊은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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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와 폭설 등 악천후에 여진도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실종자 구조와 복구 작업은 차질을 빚고 있다.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는 7일 튀르키예 중부지역에서 규모 5.6의 지진이 또 발생했다고 밝혔다. 장비가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구조대들은 맨손으로 잔해를 파헤쳐 생존자를 찾아야 하지만 영하권의 추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구조대들이 파견되고 있지만 도로 곳곳의 파손으로 접근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엘 모스타파 벤람리 UN 직원은 “주요 인프라가 파괴됐고, 구조대들은 어떻게 생존자들에 다가가야 할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알 자지라도 “어디에나 눈이나 비가 내리고 매우 춥다. 기상조건이나 기후가 구조대원과 주민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추운 날씨에도 생존자들은 여진 우려 때문에 건물에 들어가지 못한 채 거리에서 모닥불을 피우거나 담요로 몸을 감싸며 밤을 지새우고 있다. 튀르키예 재난당국도 추가 붕괴 우려로 지진 피해 건물에 들어가지 말라고 경고했다. 로저 머슨 영국지질조사국 명예연구원은 “지진 활동이 이웃 단층으로 퍼지고 있다”며 “한동안 지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로이터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