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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은 이날 오후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보복살인 혐의를 받는 피의자 전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사전에 계획해 공개된 장소에서 피해자를 잔인하게 살해하는 등 범죄의 중대성 및 잔인성이 인정된다”며 “범행을 시인하고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등 증거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토킹 범죄 등 유사 범행에 대한 예방 효과, 재범 위험성 등 공공의 이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피의자의 성명, 나이, 사진을 공개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전씨는 지난 14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을 순찰하던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인 20대 여성 역무원을 뒤따라가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지난 16일 구속됐다. 그는 불법촬영과 스토킹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9년형을 구형받고 선고를 앞둔 당일 범행을 저질렀다.
내부위원 3명과 외부위원 4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1시간가량 논의 끝에 신상 공개를 결정했다. 이번 위원회는 개정된 신상공개 지침을 적용해 전씨에게 사전 통지하고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부여하는 절차를 거쳤다.
경찰은 전씨가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여러 정황을 포착했다. 합의를 종용하기 위해 수십 차례 이상 피해자에게 연락한 점, 전씨가 흉기를 사전에 준비하고 1시간 넘게 화장실 앞에서 피해자를 기다리는 점 등이다.
또 전씨가 피해자의 이전 집을 찾아가고, GPS(위치정보시스템) 정보를 조작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한 범행의 정황도 포착됐다. 전씨도 경찰 조사에서 “오래전부터 범행을 계획했다”, “피해자와 진행 중인 재판 과정에서 원한을 가졌다”는 등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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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을 계기로 스토킹 피해자 보호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이에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정례기자간담회에서 경찰이 불송치를 결정한 스토킹 사건도 전수 조사에 포함해 이를 통해 제2·3의 ‘신당역 살인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스토킹 범죄 관련 전수조사는 전국을 대상으로 하며, 현재 서울 기준으로만 약 400건으로 파악됐다.
특히 윤 청장은 “현행법상 가능한 긴급응급조치가 있다”며 “유치장 유치 ‘잠정조치 4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스토킹 처벌법의 잠정조치 4호를 적용하면 가해자를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최대 한 달간 가둘 수 있다.
이어 피해자 보호를 위한 체크리스트를 더 정교화해 적극적인 범죄피해자 안전조치(신변보호)를 실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윤 청장은 법 개정이 필요한 장기 과제로 △긴급응급조치 위반 시 현행 과태료 부과 대신 형사처벌 △긴급잠정조치 신설 △보호조치 결정 구조를 기존 3단계(경찰→검찰→법원)에서 2단계(경찰→법원)로 축소 등을 꼽았다.
경찰은 스토킹 범죄는 피해자의 일상을 파괴하고 심리적 고통을 주는 정말 아주 추악하고 악질적인 범죄로 규정하고 강력한 대책 마련에 힘을 싣겠다는 방침이다. 윤 청장은 “고인의 명복 빌고 유가족에 대해 깊은 애도를 다시 한번 청장으로서 표한다”며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 대응 체계가 완벽한지 다시 한번 점검하고 개선·보완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현재 사후처리 형식으로 돼 있는 스토킹 범죄를 ‘선(先) 구속, 후(後) 수사’로 대응하는 등 제도적 접근뿐 아니라 무엇보다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미경 전국여성연대 대표는 “지금 스토킹 범죄는 범행이 발생하고 보고 조치의 정도인데 구속수사 등 적극적인 개입을 하지 않으면 똑같은 일들이 반복해서 일어날 것”이라며 “스토킹을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계속되면 제도적, 법적인 장치를 만든다 하더라도 허점이 있을 수밖에 없기에 앞으로 스토킹 범죄는 ‘중대 범죄’라고 생각하는 인식의 변화가 필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