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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 총파업 투쟁 승리하자”
7일 인천 등 전국에서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을 위해 화물차 운행을 중단하고 무기한 총파업에 나섰다.
이날 오전 10시께 인천 신항이 있는 연수구 송도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 앞에서는 민주노총 화물연대 인천지역본부의 총파업 출정식이 열렸다.
남색 조끼를 입고 ‘단결투쟁’이 적힌 빨간색 머리띠를 두른 조합원 300여명은 지부별로 깃발을 들고 출정식에 참석해 사회자가 외치는 구호를 따라하며 투쟁 의지를 높였다.
김근영 화물연대 인천지역본부장은 투쟁사를 통해 “경유가격이 1ℓ당 2000원을 넘었다.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모든 비용이 오르고 있다”며 “한 달에 기름값, 수리비 등 수십가지 비용을 지출하는 화물노동자는 벼랑 끝에 놓였다”고 말했다.
이어 “해결책은 명확하다. 경유가격이 오른 만큼 운송료를 올려야 한다”며 “이러한 문제 때문에 2020년부터 안전운임제가 시행됐지만 수출입 컨테이너 차량과 시멘트를 실어나르는 벌크시멘트트레일러(BTC)만 적용해 수많은 화물노동자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있다”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안전운임제는 일몰제여서 올 연말 폐지될 예정이다”며 “물류 안정을 위해 일몰제 폐지 법안이 발의됐지만 1년6개월 동안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았다. 정부는 무응답으로 일관했고 화물연대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 경고는 끝났다. 이제 투쟁으로 생존권을 보장받겠다”고 밝혔다.
전국 화물차 노동자는 42만명이 있고 이 중 5%인 2만여명만 안전운임제를 적용받는 컨테이너 차량과 BCT를 운행한다. 나머지 40만명은 안전운임제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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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운임제는 저임금을 받는 화물차 기사들이 돈을 더 벌기 위해 밤샘운전 등을 하는 것을 방지하려고 2020년 1월부터 올 12월31일까지 한시적으로 도입한 제도이다. 컨테이너 차량 등 2개 차종만 기름값 인상분 등을 운송료에 반영해 차량 운전기사의 처우를 보장하는 것이다.
화물연대는 총파업을 통해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안전운임 모든 차종 적용 △운송료 인상 △지입제 폐지 △산업재해보험 확대 등을 관철할 방침이다.
출정식에 참석한 컨테이너 차량 운전기사 송모씨(53)는 “한 달에 1000만원 정도 벌지만 기름값, 수리비, 지입료 등을 내면 300만원 남는다”며 “지금도 힘든데 안전운임제가 올 연말 폐지되면 살 수가 없다”고 말했다.
18톤짜리 윙바디 차량을 모는 최모씨(50대 후반)는 “나는 안전운임제 대상이 아니어서 기름값 인상분을 보전받지 못한다”며 “올 초 1ℓ당 1300원대였던 경유가 지금은 2000원대로 올라 힘들어졌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날 인천지역 화물차 3만3000대(5톤 이상 차량은 2만6000대) 중 절반 이상이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파업은 인천지역 물류에 영향을 미쳤다.
인천 신항에 있는 한진인천컨테이너터미널은 평소 운행하던 화물차의 90%가 멈춘 것으로 나타났다. 터미널 관계자는 “오늘 화물차 운행이 10분의 1로 줄었다”며 “야적장에 컨테이너 장치율(적치 비율)이 90%에 육박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주말 들어온 수입 컨테이너가 반출되지 않았다”며 “장치율이 100%가 되면 컨테이너를 더 적치할 수 없기 때문에 해외에서 들어오는 배를 항만에 붙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 관계자는 “화물차 운행 감소 비율을 정확히 산정할 수 없지만 오늘 화물차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현재 장치율은 75% 정도 된다. 당장 큰 문제는 없지만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물류 대란이 올 수 있다”고 밝혔다.
인천지역 부두를 관리하는 인천항만공사와 기업단체인 인천상공회의소측은 이날 물류 피해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인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오늘 기업 동향 조사에서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기업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파업 사태가 조속히 종료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