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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부동산 정책이다. 집값 폭등과 전세난 속에서 이번 보궐선거를 계기로 부동산 정책의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차기 서울시장, 정비사업 허용 불가피
전문가들은 차기 서울시장이 누가 되든 재건축·재개발을 비롯해 공급 확대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의 박영선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모두 공급 확대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박 후보는 5년 내 공공주택 30만가구를, 오 후보는 민간과 공공 물량을 합쳐 36만가구를 각각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재건축·재개발 허용에 대해서도 두 후보 모두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 후보는 저층 주거지를 개발하고, 노후 아파트 단지의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오 후보는 아예 재개발·재건축 정상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36만 가구 중 18만5000가구가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통해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민간을 적극 활용해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특히 오 후보의 경우 2006년 서울시장 재직시절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성수 전략정비구역을 ‘50층’의 건축물이 들어설 수 있는 재개발 가능 구역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당선된 이후 2014년 도시계획인 ‘2030 서울플랜’을 통해 주거지역 아파트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하면서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는 지지부진한 상태가 됐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오 후보 최근 발언 중 시장되면 100일내 정비사업을 완화하겠다고 했다”면서 “1년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다음 선거를 위해서라도 대단지 재건축 단지 중 하나라도 가시화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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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송파 잠실주공5단지, 여의도시범아파트, 대치 은마아파트 등 정비사업 계획 승인을 못받은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 사이에 기대감이 크다. 여의도시범아파트의 경우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2017년 조합까지 설립했지만 3년이 넘도록 사업 진척이 없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여의도를 통으로 개발하는 마스터플랜을 내놓겠다고 밝힌 뒤 올스톱 상태다.
다만 두 후보간 공급 방식에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박 후보의 경우 공공성 강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정비사업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공공에서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36만 가구 공급 역시 국유지와 시유지를 활용해 토지임대부(토지는 시행사가 입주자에게 임대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주택) 방식으로 3.3㎡당 1000만원대의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박영선 후보의 경우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 기조에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임대주택, 지분적립형주택 등 공공성이 강조된 결이 비슷한 정책들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박 후보의 경우 공공주도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민간이 얼마나 참여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정부의 공급대책도 공급량 확대에 목적을 두고 있다”면서 “여당이 선거에서 이기더라도 개발 자체를 지연시키지는 않겠지만, 2·4공급대책에서도 보듯이 공공주도 정비사업에 민간이 얼마나 참여할 지가 미지수”라고 말했다.
다만 재건축 계획 승인시 집값 상승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부동산 가격이 발목을 붙잡을 수 있다”면서 “정비사업을 무조건 풀어주면 집값이 오를 것이고, 이는 정책 추진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