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슬기로운 투자생활]틱톡·위챗 때리기에 네이버 반사이익 볼까

미국 내 중국인 중심으로 위챗서 라인 갈아타기↑
위챗 이용 못하면 본토와 연락 어려워지는 탓
일각서 "中, 한국계 어플엔 문호 열수도" 기대감
증권가 "네이버 수혜엔 회의적…마케팅효과는 유효"
  • 등록 2020-08-03 오후 3:12:40

    수정 2020-08-03 오후 3:12:40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미국의 틱톡(TikTok·중국 SNS 애플리케이션) 때리기가 절정에 달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의 타겟은 틱톡 뿐만이 아니고요, 위챗(Wechat) 등의 금지까지 시야에 넣어 놓은 상태입니다. 이 때문에 의외로 한국 메신저 어플이 부각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게 라인(LINE) 이죠.

3일 미국 매체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틱톡의 매각 시한으로 45일을 주기로 했다고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본사를 둔 틱톡이 미국인의 개인정보를 유출해가고 있고, 이는 국가 안보에 해를 끼치는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비판해 왔습니다. 그런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부터는 미국 내 틱톡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결론 내렸고, 이런 압박에 밀려 틱톡 측은 미국 사업을 마이크로소프트(MS) 측에 매각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죠. 틱톡은 미국 내 사용자만 1억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 어플인데요, MS는 안보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45일이라는 시간을 받은 것입니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비단 틱톡에 국한된 얘기만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국가 안보에 우려가 되는 중국 IT 회사로 위챗(Wechat)도 언급했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위챗 등 중국 IT 회사들이 중국 공산당에 직접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와 관련된 대통령의 발표가 곧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죠. 위챗에도 금지령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단 겁니다.

틱톡사태가 위챗까지 번지면 상황은 꽤 심각해집니다. 위챗은 중국의 ‘카카오톡(카톡)’이라고 불리는 SNS 어플인데요, 전세계 이용자만 12억명(월간 활성 사용자수·1분기 기준)에 달합니다. 많은 한국인들이 카톡 없이 생활할 수 없듯, 중국인들에게도 위챗은 절대적인 연락수단입니다. 특히 타지에서 생활하고 있는 중국인들에게 위챗은 고향의 가족·친구들과 연락할 수 있는 거의 유일무이한 수단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위챗 역시 금지를 당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미국 내 중국인들을 중심으로 대체 어플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닛케이 아시안 리뷰는 상당수의 위챗 사용자들이 라인으로 갈아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시장정보업체 센서타워 통계를 인용해 라인의 어플 다운로드 횟수가 지난달 13일부터 19일까지 미국 내에서 12만회 가까이 이뤄져 전주 대비 213%나 급증했다고도 밝혔죠. 이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이 틱톡에 이어 위챗도 금지할 수 있다고 밝힌 날(12일)로부터 한주간의 통계입니다. 같은 기간 왓츠앱(Watsapp)이나 페이스북 메신저는 다운로드 횟수가 유의미하게 증가하진 않았다고 합니다.

물론 라인 역시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페이스북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선 이용이 금지돼 있습니다. 하지만 위챗 등 중국계 SNS 어플은 점점 미국에서 사용이 어려워지고 있고 미국 내 중국인들은 본토와의 연락이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중국이 문호를 열어줘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미국계인 페이스북이나 왓츠앱이 아닌 한국계 라인만큼은 허용되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페이스북 메신저나 왓츠앱의 다운로드가 크게 늘지 않았는데도 라인만큼은 그 횟수가 급증한 것이죠.

증권가에서는 당장 모회사 NAVER(035420)에 실적 등 가시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겠지만, 중·장기적인 마케팅 효과는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윤을정 신영증권 연구원은 “중국에서 라인 사용을 풀어주면 플러스가 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선 어렵다”면서도 “북미지역에서 라인의 인지도가 조금씩 높아지는 상황으로 틱톡 사태로 인해 라인을 다운로드 받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장기적으로는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틱톡 사태가 IT업계를 어떤 방향으로 재편시킬지, 그 영향은 어느방향으로 미칠지에 대해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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