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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10시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최고위원직에서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오후 6시 예정된 윤리위원회의를 불과 8시간 앞두고 전격적으로 결단을 내렸다. 태 최고위원은 ‘제주 4·3은 북한 김일성 지시’ 발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JMS(쓰레기·돈·성) 민주당’ 글 게시, 대통령실 공천 개입 논란을 일으킨 녹취록 유출 파문 등으로 윤리위에 회부됐으며 이날 징계 수위가 결정될 예정이었다.
태 최고위원은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저는 더 이상 당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며 “그동안 모든 논란은 전적으로 저의 책임이다. 당과 대통령실에 누가 된 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제부터 백의종군하며 계속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말했다.
태 최고위원이 자진 사퇴 결단함에 윤리위 징계 수위가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초 윤리위는 지난 8일 징계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한 차례 유보했다. 이 당시 황 위원장은 “정치적 해법이 등장한다면 양형에 반영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는 징계 처분이 내려지기 전 자진 사퇴를 하면 중징계를 면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재원, 징계 불복 시 혼란 커질 듯
태 최고위원과 함께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김재원 최고위원은 끝내 자진 사퇴를 거부했다. 태 최고위원과 달리 원외 신분이기 때문에 버티기 전략을 고수한 것으로 보인다. 김 최고위원은 ‘5·18 정신 헌법 수록 반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우파를 천하 통일했다’, ‘4·3 사건 기념일은 격이 낮다’ 등의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윤리위로서는 중징계 처분이 불가피한데, 김 최고위원이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재심청구,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경우 난맥상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8일 자신의 발언을 소명하기 위해 윤리위에 출석했을 때 기자들과 만나 “(징계 승복 문제는) 지금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일부 당 관계자들은 김기현 지도부의 비대위 전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당 관계자는 “김기현 대표가 지난 전당대회에서 선택된 이유는 당내 잡음이 가장 덜 할 사람이었기 때문”이라며 “만약 최고위원 리스크가 지금처럼 계속되고 김기현 리더십에 물음표가 생긴다면 지도부의 존속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총선이 가까워졌는데 김기현 대표 체제로 승산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비대위 전환 요구가 커질 수 있다”며 “연말이 결정적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 4일과 8일 두 차례 연속 개최하지 않았던 최고위원회의를 11일에는 재개하기로 하는 등 본격적인 수습 국면에 돌입한 모습이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태 최고위원이 당을 위해, 또 여러 가지 여건을 잘 고려해 선택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