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 핵심 피의자로 꼽히는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에게 금융감독원 검사를 일찍 끝나게 해주겠다며 금품을 받아 챙긴 브로커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 서울남부지법 (사진=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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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부장 이환승)는 15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알선수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엄모씨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엄씨는 이 전 부사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행위로 구속됐고,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면서 “엄씨는 자신이 청탁과 알선을 할 의사나 능력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죄질이 나쁘고 5000만원은 적지 않은 액수”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엄씨는 지난해 9월 금감원 검사를 조기에 종결해주겠다면서 금감원과 금융위원회 관계자 등에 대한 청탁·알선 명목으로 이 전 부사장에게서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6월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엄씨에게 징역 2년 6개월과 추징금 5000만원을 구형했다.
엄씨는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이 전 부사장에게 돈을 받은 사실 등은 인정하면서도 실제 청탁·알선할 의사나 능력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날 선고에선 엄씨가 실제로 금감원을 방문하는 등 라임 조사 상황을 파악하려고 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재판부는 “엄씨는 라임에서 돈을 받기 전 라임에 대한 조사 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금감원을 방문한 사실이 있다”며 “담당 국장 등을 면담하고 라임에 대한 조사 계획을 공유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오히려 사전에 (청탁 등) 일을 하고 난 후 금전 욕심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엄씨는 또 금감원과 라임 측에 자신이 여권 인사들과 가까운 관계라고 소개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엄씨는 이 전 부사장에겐 한 지방자치단체장의 경제특보라고 했고, 금감원에는 한 국회의원의 정무특보로 기재된 명함을 제시했다”며 “진실에 부합하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정치적 배경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금전적 이득을 취득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