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최근 대북전단 살포와 여야의 북한 인권법 합의와 관련해서도 민족 대결 조장 행위라고 비판하면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깨질 수 있다는 내용을 간접적으로 시사한 바 있다.
이처럼 북한이 연달아 이산가족 상봉 행사 무산을 언급하면서 지난 2013년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바로 직전인 지난 19차 상봉 행사는 당초 2013년 9월에 개최하려고 했으나, 북측에서 돌연 협의에 응하지 않으면서 막판에 무산된 적이 있다. 결국 상봉 행사는 해를 넘긴 지난해 2월에나 열렸다.
대북전단·인권법·朴 대통령 연설까지…이산가족 상봉 무산 카드 꺼내는 北
북측은 앞서 지난 23일 대남선전용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민간단체의 대북전단(삐라) 살포와 관련 “삐라가 날리는 하늘 아래서 북과 남의 흩어진 가족, 친척들이 어떻게 만날 수 있겠느냐”며 대북 전단과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결부시키기 시작했다.
이어 같은날 오후에는 여야가 북한 인권법안에 일부 합의한 것에 대해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는 대변인 담화를 내고 “남조선 정상배들의 북인권법 조작놀음은 북남관계를 차단시켜 동족 사이의 인도주의적 교류와 협력사업마저 파탄시키려는 고의적인 책동”이라며 “(이산가족의) 고통과 아픔을 덜어주기 위한 우리의 뜨거운 민족애와 적극적인 노력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독”이라고 비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다소 우회적으로 이산가족 상봉 무산 가능성을 비쳤다면, 이번에는 박 대통령의 유엔 기조연설 내용을 비난하면서 이산가족 상봉이 위태로운 상태라며 엄포를 놓았다.
정부 “연관시킬 사항 아니다” 분리대응 방침 ‘확고’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과 이들 이슈를 연계시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손사레를 치고 있다. 인도주의적인 문제(이산가족 상봉)와 정치적인 문제(대북전단·인권법·비핵화)를 결부시킬 수 없고, 북측의 논리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30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이같은 행태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인도적 문제를 정치, 군사적 이유로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는 북한의 이러한 일방적인 주장과 비난, 위협을 즉각 중단하고 8.25 협의를 성실하게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는 이번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이 지난 8·25 고위급 접촉이 합의사항이자, 상봉 행사가 지난해 2월 이후 중단되면서 이산가족들의 애환이 깊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 대변인은 다음달 5일 이산가족 생사확인 회보서 전달 후 10월 14일까지는 금강산 면회소 개보수 작업을 완료하고, 안전 문제 등을 보완해 행사 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北 위협, 단순한 엄포 아냐…안심할 수는 없다” 우려도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이산가족 상봉 무산 언급을 단순한 엄포로만 봐서는 안 된다”면서 “북측에서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비판을 더 세게 하고 있는데 이렇게 나오다 포기하겠다고 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백 수석연구위원은 “북한 입장에서는 박 대통령이 국제사회에서 대북 제재 강화와 비판에 대한 목소리를 이어가는 것에 대해 일종의 노이로제를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북측은 그동안 여러차례 우리 정부가 한쪽에서는 이산가족 상봉이나 민간 교류를 이야기하고 다른 곳에서는 민족 대결을 조장한다면서 비난해왔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무산 카드를 꺼내드는 것에 대해 “우리 정부의 대응 수위 등을 보는 것 같다”면서 “상봉 행사로 북측이 딱히 얻을 것이 없는데 반대 급부가 없으니 불안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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