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신임 투표 국면 이후 잠잠했던 문 대표 사퇴론이 다시 불거졌다. 비주류 의원모임인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소속 의원들은 재보선이 끝난 하루 뒤인 지난달 29일 권노갑 새정치연합 상임고문 주선으로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문 대표를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문 대표에게 “물러나서 당을 크게 하나로 통합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안겠느냐”고 사퇴를 촉구했다. 문 대표는 “지난번에 물러난다고 할 때는 못 물러나라고 해놓고, 다수는 잘하라고 하는데 소수 몇 명이 물러나라고 해서 물러나면 무책임한 일이 아니냐”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기 통합전당대회를 여는 것은 어떻느냐”고 물었고, 문 대표는 “천정배 의원이나 정동영 전 의원, 그분들 뜻도 확인도 안하고 자기한테만 조기 통합전대를 하라고 해서 되겠느냐”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립지대에 속하는 김부겸 전 의원까지 나서 탈당파 신당파 가리지 말고 야권 제세력이 모일 수 있는 테이블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상황인식이 다소 안이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 자리에 함께했던 유성엽 의원은 “소득이 없었다. 기본적으로 물러날 뜻이 없었다. (10·28 재보선 참패와 호남 신안군 기초의원 선거 패배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을 안 할려는 건지, 못하는 건지 답답했다. 이렇게 가면 총선 결과가 뻔하다. 호남 민심이 돌아섰다. 투표율이 낮다고 하지만 투표장에 (야권 지지자가) 안 나오는 거다. 관심을 꺼버리고 민심이반으로 투표장에 나올 의사가 없는 거다”고 말했다.
문 대표가 스스로 물러날 뜻이 없다고 하자, 비주류측도 행동에 나섰다. 민집모 의원들은 문 대표 사퇴를 내용으로 하는 성명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20여명의 의원들이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들의 서명을 더 받아 다음주중 성명서를 발표할 계획이다. 민집모 다른 의원은 “끝내 저렇게 버티고 있으니 답답한 일이다. 서명을 받아서 한번 더 (사퇴) 요구를 할려고 한다. 끝까지 (사퇴를) 안하면 상당히 심각한 사태가 올 것 같다. 안하게 되면 이대로 갈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표가 버티면 방법은 최고위원 동반사퇴를 통한 지도부 와해 밖에 없다. 문제는 최고위원들이 집단사퇴를 결행할 수 있느냐 여부다. 이종걸 원내대표와 지명직인 추미애·이용득 최고위원을 제외한 6명의 선출직 최고위원 중 3명이 사퇴하면 지도부는 사실상 붕괴된다.
당내에서는 4·29 재보궐선거 패배 때 이미 책임을 지고 사퇴한 바 있는 주승용 최고위원은 사퇴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오영식 최고위원이나 유승희 최고위원도 거론된다.
유 최고위원은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지금 (역사교과서) 국정화 투쟁하고 있는데 내부문제나 이런 문제 가지고 거론할 상황이 아니다”고 밝혔다.
비주류측은 최고위원 집단사퇴를 통한 지도부 와해가 이뤄지지 않으면 분당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1월 한 달이 문 대표와 새정치연합의 운명을 판가름하는 시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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