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5% 보유` 국민연금, 삼성물산 지지가 전략적 해법

  • 등록 2015-07-08 오후 5:10:37

    수정 2015-07-08 오후 6:47:29

그래픽=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박수익 김기훈 기자] 제일모직(028260)삼성물산(000830)간 합병을 바라보는 시장 관심은 국민연금으로 모아지고 있다. 한쪽에선 ‘투기자본에 맞선 국익 수호’을 강조하며 합병 찬성을, 반대편에선 ‘총수 일가의 전횡 견제`를 이유로 합병 반대를 요구하고 있어 국민연금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관건은 삼성물산의 주주인 국민연금이 그와 동시에 ‘제일모직 주주’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관건은 ‘제일모직 주주’ 국민연금의 입장

국민연금이 오는 17일 삼성물산 주총에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 지분은 11.21%로 단일 최대주주다. 세계 1·2위 의결권 자문회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합병에 반대의견을 내놨고 국내에서 국민연금 의결권 공동자문사 서스틴베스트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반대를 권고하는 의견을 제시한 상황이라 국민연금의 고민은 커질 수 밖에 없다. 국민연금이 자문사 의견을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지만 공적연금의 특성상 정반대 의견을 내놓을 경우 시장이 납득할 만한 합리적 명분이 필요하다. 김철범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민연금이 이번 합병과 성격이 유사한 SK그룹의 합병에 반대했기 때문에 형평성이나 일관성 측면에서 이번 합병에 찬성을 확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주주인 동시에 제일모직 주주라는 점이 관건으로 지목된다. 국민연금은 8일 지분공시를 통해 제일모직 지분 5.04%, 679만7871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고한 제일모직 지분 5.04%는 전량 주총에서 의결권이 있다.

제일모직 주주인 국민연금 입장은 명쾌하다. 합병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대주주 일가와 동일한 이해선상에 있고 삼성물산 투자자에 불리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던 합병비율도 역설적으로 보면 제일모직 주주입장에서는 유리한 조건인 셈이다. 삼성물산 주주에게 합병 반대 권고를 낸 ISS가 제일모직 주주에게는 합병 찬성을 권고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증권가에서는 합병 무산시 삼성물산 주가는 엘리엇을 위시한 주주 행동주의 강화, 합병비율 재산정 기대감 등으로 당장 오를 순 있지만, 삼성 측이 ‘합병무산시 재추진 가능성은 없다’고 밝히며 합병 성사후 지주회사로서의 위상 강화와 주주환원정책을 강조한 만큼 단기와 장기 투자자간 이해관계는 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제일모직은 합병 무산시 그동안 주식가치 평가에 반영됐던 지배구조 프리미엄이 희석되면서 주가 하락압력으로 커질 수 있는 만큼 합병에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전략적 이익극대화”…국민연금 합병법인 3대주주

결국 국민연금처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지분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주주가 장기투자 성격을 가지고 있다면 투자자산 가치흐름이 보다 명확한 방향으로 모아지는 결론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민연금이 보유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지분가치는 각 1조1000억원대로 흡사하다. 합병 무산시 하나의 자산가치는 하락 가능성에 노출될 수 있다. 이는 국익 수호나 재벌전횡 방지라는 논리와 별개로 장기 투자자로서 전략적 투자판단의 영역인 셈이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이 현재 사업의 위기상황을 강조하고 합병 무산시 재추진 가능성도 낮아보여 합병 무산이 장기적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라며 “결국 삼성물산 주주들은 전략적 의사결정을 통한 이익 극대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점쳤다.

합병 당사자인 김신 삼성물산 대표도 이날 “우호지분 확보를 열심히 뛰고 있다”며 “국민연금이 찬성해주면 합병 성공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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