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이부진 사장이 실천한 '노블리스 오블리제'란?

  • 등록 2014-03-19 오후 7:23:00

    수정 2014-03-20 오후 1:56:59

[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삼성가의 여성 경영자 중 한명인 이부진 호텔 신라 사장이 실천한 ‘노블리스 오블리제(또는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이부진 호텔 신라 사장은 호텔 회전문을 들이받는 사고를 낸 80대 택시기사의 약 5억원에 이르는 배상 책임을 면제해준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당시 택시기사는 급발진을 주장했지만 경찰은 운전 부주의로 결론 내려 호텔 직원과 투숙객 등 4명이 다친 사고에 대한 배상 책임을 택시기사가 짊어져야 했다. 이후 이부진 사장은 궁핍한 사정을 보고 받고 책임보험금 5000만원을 제외한 4억원 이상의 금액을 변상해야 하는 택시기사의 난감한 상황을 변상 의무 면제 조치로 해결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부진 사장의 이런 행동은 현대판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전형으로 꼽히며 많은 사람들의 칭찬을 이끌어내고 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노블리스 오블리주)’란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일컫는다. 프랑스 격언으로 정당하게 대접받기 위해서는 명예(노블레스)만큼 의무(오블리제)를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유래는 초기 로마시대에 왕과 귀족들이 보여준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초기 로마 사회에서는 사회 고위층의 공공봉사와 기부·헌납 등의 전통이 강했다. 이런 행위는 의무인 동시에 명예로 인식돼 자발적이고 경쟁적으로 이루어졌다.

귀족 등의 고위층이 전쟁에 참여하는 전통은 더욱 확고했는데 로마 건국 이후 500년 동안 원로원에서 귀족이 차지하는 비중이 ‘15분의 1’로 급격히 줄어든 것도 계속되는 전투 하에 많은 귀족들이 희생된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귀족층의 솔선수범과 희생에 힘입어 로마는 고대 세계의 맹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으나 제정 이후 권력이 개인에 집중되고 도덕적 해이현상마저 일어나며 발전의 역동성이 급속히 쇠퇴한 걸로 역사학자들은 평가하고 있다.

당시 지도층에게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실천은 올바른 국정운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덕목 중 하나였던 것이다. 전쟁 같은 총체적 국난에 국민을 통합하고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득권층의 솔선하는 자세가 요구됐다.

이후 노블리스 오블리제(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사례는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때 영국의 고위층 자제가 다니던 이튼칼리지 출신 중 2000여명이 전사한 것으로 이어졌고 한반도에서 발생한 6·25전쟁 때도 미군 장성의 아들이 142명이나 참전해 35명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입는 결과로 나타났다.

요즘은 그 의미가 다소 바뀌어 이번 이부진 사장의 경우처럼 경제적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와 사회에 대한 책임 또는 선행을 가리키는 용도로 널리 인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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