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에서는 주 사장이 관습에 젖은 증권사들을 질타하고 누구도 하지 못한 제도를 시도했다고 치켜세우지만, 초유의 항명 사태까지 겪은 그의 2년여간 행적은 산업 전반에 ‘개혁 의지와 소통 노력’이라는 화두를 던졌다는 평가다.
고객 보호 위한 제도지만 내부 설득은 실패
지난 30일 늦은 오후, 한화증권 본사 앞은 퇴근 시간 전임에도 주변을 서성이는 직원들로 부산한 분위기였다. 개중에는 일부 지점장들과 본사 직원들도 있었다.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은 주 사장이 제안한 ‘서비스 선택제’의 도입(5일)을 앞두고 리테일본부 지역 사업부장과 지점장들이 대표실을 항의 방문한 날이다.
서비스 선택제는 주식 투자 시 상담·관리가 필요한 고객과 스스로 판단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고객을 분리한 제도다. 컨설팅 계좌는 프라이빗뱅커(PB) 조언을 통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기존보다 수수료를 다소 높이고, 다이렉트 계좌는 더 저렴한 수수료를 책정하고 고객이 온라인 등을 통해 직접 투자토록 했다.
주 사장은 이 제도를 ‘고객 보호’의 최종 단계라고 자평했다. 지난해부터 임직원들의 과당매매를 사실상 금지한 데 이어 아예 다이렉트 계좌를 분리, 과도한 주식 거래로 수익을 발생하는 기존 주식 중개영업 방식을 뜯어고치고자 한 것이다.
삼성 눈치 안보는 소신파..한화그룹 눈밖으로
내년 3월 대표이사 임기 만료 후 퇴임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이번 사태로 레임덕이 한층 앞당겨진 모양새다. 불과 2년여 전인 취임 초기만 해도 그는 ‘구조조정의 달인’, ‘Mr. 쓴소리’, ‘증권업계 이단아’ 등으로 불리며 이슈를 몰고 다녔다. ‘매도’ 의견 보고서 작성 권유와 읽기 쉬운 리포트를 위한 사내 편집국 설립, 잘 아는 펀드를 제대로 판매하자는 취지의 코어펀드 도입 등은 신선한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종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내뱉는 일갈은 ‘속시원하다’는 응원과 ‘다소 과격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동시에 사기도 했다.
주 사장의 입지가 한층 좁아지게 된 점은 그가 의도한 개혁의 ‘유종의 미’를 어렵게 하고 있다. 2년여간 심혈을 기울인 서비스 선택제의 시행부터 불투명하다. 여기에 그룹은 이미 후임 대표이사로 여승주 그룹 부사장을 내정하고 11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 선임을 추진하고 있다.
주 사장은 평소 외부와의 소통에 자부하지만, 역설적으로 내부와의 ‘소통 부재’가 패착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점은 더욱 뼈아프다. 주 사장은 “2년 동안 매주 직원들을 찾아가 대화했고 수시로 직원들과 등산과 번개를 했다”고 했지만 직원들의 반응은 ‘듣지 않았다’고 말한다. 주 사장이 사내 인트라넷 게시판과 직원 이메일을 차단한 것도 내부 소통을 막는 결정적 계기였다. 이를 두고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개혁의지도 있고 방향은 맞지만 조직원들을 이끌어나가는 리더십이 부족한 인물 같다”라고 평가했다.
내부 반발이 나올 때마다 주 사장은 “방향을 잡고 계획을 세우고 전체적인 균형을 맞추면서 조직을 끌어가는 것은 경영진의 몫”이라고 밀어붙였다. 주 사장의 개혁은 독재였을까 혁명이었을까.
▶ 관련기사 ◀
☞ 한화증권 내부 불만 폭발…`주진형式 개혁` 좌초 위기
☞ 주진형 한화證 사장 "신입 채용때 실무자 참여…남녀 따로 심사 검토"
☞ `사퇴설` 주진형 한화證 사장 “성과낮은 직원 연봉 삭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