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반도체 겨울론 현실로…‘실적 타격’ ASML, 채용도 줄인다

올 하반기 채용 근무지 4곳→2곳으로 축소
삼성 협력 사무소 채용 안해…인원도 비공개
3Q 장비 수주 절반 ‘뚝’…”시장 회복 늦어져”
  • 등록 2024-10-17 오후 4:05:45

    수정 2024-10-17 오후 7:07:27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부진한 성적표를 내놓은 네덜란드 반도체장비 업체 ASML이 올 하반기 채용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005930)도 위기에 직면하면서 ‘반도체 겨울나기’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공지능(AI) 열풍이 무색하게 반도체 양극화 현상으로 불황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며 ‘슈퍼 을(乙)’마저 긴장하는 모습이다.

ASML 로고.(사진=AFP)
17일 업계에 따르면 ASML코리아는 지난달 말 ‘2024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공고를 내고 전형을 진행하고 있다. 채용 분야는 고객지원 엔지니어, 기술지원 엔지니어, 현장 애플리케이션 엔지니어 등 3개다. 지난 14일 서류 접수를 마감하고 현재 온라인 시험 전형을 진행하고 있다.

ASML코리아는 이번 채용에서 신입사원 근무지를 2곳으로 축소했다. ASML코리아는 화성, 평택, 이천, 청주 등 4개 사무소를 두고 있는데 올 하반기엔 SK하이닉스(000660)가 위치한 이천, 청주 사무소에서만 채용을 진행한다. 삼성전자(005930) 사업장이 있는 화성, 평택 사무소는 이번 채용에서 빠졌다.

통상 채용 공고에 명시하던 채용 인원도 이번 공고에선 사라졌다. ASML은 올해 상반기까지 3개 모집 분야에 두 자릿수 인원을 모집하는 의미로 ‘00명’을 기재해왔다. 다만 이번 하반기엔 채용 인원을 넣지 않았다. ASML은 지난 2022년 향후 10년간 1400명 넘는 인원을 신규채용한다고 밝히며 최근 채용 직무별 두 자릿수 규모의 채용을 지속해왔다.

ASML이 채용 규모를 대폭 줄인 건 부진한 실적과 더불어 업황 회복이 더딘 탓으로 풀이된다. 인공지능(AI)에 기반한 반도체 수요는 탄탄하지만 레거시(구공정) 메모리 및 파운드리 등은 시장 부진이 이어지면서 반도체 장비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도 상황이 좋지 않다.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는 콘퍼런스콜에서 “AI 분야는 강한 상승 잠재력이 지속하지만 자동차, 모바일, 개인용컴퓨터(PC) 시장은 회복에 시간이 더 소요되고 있다”며 “이 같은 회복세는 내년에도 이어져 고객들은 신중한 입장을 견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저 다센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일부 주문이 2025년에서 2026년으로 연기됐다고 설명했다. ASML은 이 같은 시장 상황에 따라 단기 투자 계획을 연기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ASML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조기 공개한 실적 보고서에서 “2025년 매출 전망치를 300억∼350억유로(약 44조~52조원)로 잡았다”며 기존 전망치인 300억~400억유로를 조정했다. ASML의 3분기 예약매출은 극자외선(EUV)노광장비 약 14억유로를 포함해 26억3300만유로에 그치며 전분기 대비 52.7% 떨어졌다. 시장 전망치의 절반도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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