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장애인 관련 단체장을 만나 장애인 권익을 위한 정책을 힘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을 향해서는 전체 장애인을 대표하지 않는다면서, 지하철 지연 사태에 원칙론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 9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23년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 신년 인사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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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시장은 이날 오후 서울시청 청사에서 황재연 서울시지체장애인협회장 등 장애인 관련 단체장 9명을 만나 간담회를 나눴다. 이날 장애인 관련 단체장들은 오 시장에게 △시각장애인을 위한 장애인 복지콜 차량 증차와 증원 △농아인이 직접 제작하는 농아인미디어센터 설치 △발달장애인들이 사회적응교육과 직업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 운영비 증액 지원 △서울 시내 거주서비스 확충 및 거주시설 개선 △중도장애인의 사회복귀 및 재활을 위한 예산 투입 등을 건의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장애인 단체의 의견을 면밀히 검토하여 바람직한 방향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분들이 손해 보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신경 쓰고 장애인의 편의와 권익증진에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단체장들은 장애인 권익 향상 외에도 최근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재개한 전장연을 향한 성토를 쏟아냈다.
황재연 서울시지체장애인협회장은 “전장연의 시위에 동의할 수 없다”며 “전장연이 장애계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잘못 인식되고 있으니 장애계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단체장인 전치국 서울시교통장애인협회장 역시 “탈시설 하려는 사람들의 의사를 잘 확인해야 한다”며 “탈시설 후에 인권침해가 더 심할 수 있다. 장애인들이 전장연의 집회에 강압적으로 불려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탈시설이란 장애인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이 시설 밖으로 나와 지역사회에 어울려 사는 것을 말한다.
전장연에 대한 단체장들의 성토를 들은 오 시장은 “전장연을 만나기는 하겠으나, 전체 장애계의 입장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하고 만나겠다”며 “지하철을 지연시키는 행위에 대해서는 원칙대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장연은 오는 19일까지 지하철 승차를 중단하는 대신 오 시장과 면담을 요구했다. 오 시장은 전장연의 면담 제안에 응하면서도 ‘조건 없는 만남’과 면담 방식에 대해 이견을 보이고 있다.
오 시장은 “만남에는 어떠한 조건도 없어야 한다”며 “불법을 행하여 시민의 불편을 볼모로 거래를 하려는 태도도 용납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아울러 전장연이 제안한 공개방송에 대해서도 “만남과 대화의 기회를 선전장으로 만들려는 시도를 용인할 수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전장연은 오 시장의 입장에 “전장연의 이번 만남은 서울시장 취임식 같은 축하하는 자리에 조건 없이 눈도장 찍기 위해 만남을 제안한 것이 아니다”며 “오 시장이 말하는 조건의 범주는 무엇인지, 원하는 만남과 대화의 자리에 대한 구체적 방식과 일정을 전장연에게 알려주면 고맙겠다”며 기싸움을 펼치고 있다.
다만 서울시와 전장연 측은 면담 성사를 위해 물밑 접촉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