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리뷰' '별점 테러' 갑질에 사장님들은 웁니다

악성리뷰·황당 별점 테러…협박까지
업주들 "손님 비위 맞출 수밖에 없어" 고통 호소
배달업계·포털사이트 악성 리뷰 근절 방안 마련
  • 등록 2021-03-18 오후 3:41:50

    수정 2021-03-18 오후 9:59:48

[이데일리 이용성 이상원 기자] “여러 번 확인하고 보냈는데 음식이 제대로 안 왔다면서 컴플레인(항의)이 들어왔습니다. 낮은 별점과 리뷰를 달겠다고 하기에 사과하고 다시 음식을 보내준 적이 있네요”

포털사이트에 등록된 한 음식점에 대해 이용객들이 리뷰와 별점을 남긴 모습.(사진=포털사이트 갈무리)
서울 마포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정모(30)씨는 ‘악성 리뷰’·‘별점 테러’ 얘기만 들으면 등골이 서늘해진다. 리뷰나 별점 평가를 무기 삼아 이를 악용하는 일부 고객들 때문이다. 정씨는 “정량으로 줬는데도 양이 적다고 리뷰와 별점 평가 운운하며 컴플레인을 거는 사람도 있었다”며 “이것도 일종의 갑질”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별점·리뷰 앞에선 을(乙)…업주들, 손님 갑질에도 고개 ‘푹’

이용자들이 음식점을 선택할 때 최우선적으로 리뷰와 별점을 고려하기 때문에 리뷰와 별점 평가가 업주들의 생계와 직결되어 있다고 과언이 아니다. 이에 따라 이 같은 평가 앞에서 을(乙)이 될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들은 손님의 비상식적인 요구나 갑질에도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인근 치킨집에서 근무하는 김모(25)씨도 최근 ‘한 마리가 덜 익었다’는 항의를 받았다. 분명히 치킨 두 마리가 모두 익은 것을 확인했지만, 별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는 “새롭게 튀겨서 추가로 제공하지 않으면 악성 리뷰를 달겠다고 해서 군말 없이 새로 닭을 튀겨서 드렸다”며 “물증이 없어 일부로 이를 악용해서 이득을 취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울 성동구에서 양식집을 운영하는 A(48)씨도 “‘서빙할 때 음식을 툭 내려놨다’며 인터넷에 글을 올리겠다고 한 손님이 있었다”며 “안 좋게 소문나는 것이 무서워서 무조건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서비스 음료를 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서빙을 무례하게 하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도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신모(32)씨도 “분명히 배달 음식을 제대로 보냈는데 엉망진창으로 왔다고 해서 다시 보낸 적이 있다”며 “그냥 아무 말 하지 않고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답하고 새로 보냈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배달기사 불만도 업주들 몫”…별점테러·악성리뷰 잇따라

배달 대행업체 기사에 대한 불만이 고스란히 음식점 업체에게 쏟아지는 이중고도 업주들의 몫이다. 배달 과정에서 음식 모양이 비뚤어졌거나, 벨을 누르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는데 눌렀다는 등의 불만 사항도 음식점 평가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경기 의정부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27)씨는 “우리와 직접 상관없는 배달기사에 대한 불만을 우리 가게 리뷰에 올리는 사람도 있다”며 “사정을 설명해도 소용없다. 리뷰나 별점 테러는 업체엔 치명적이기 때문에 함부로 대응하지 못하고 사죄했다”고 호소했다.

이 같은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1월 경기도의 한 공군부대에 치킨을 배달한 점주가 배달료를 1000원 더 요구하자 부대 측은 별점 테러와 리뷰 등을 올리면서 ‘별점 테러’ 논란이 불거졌다.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익명의 고객이 ‘음식의 양이 많아 살이 쪘다’는 황당한 이유로 악의적인 리뷰를 달아 빈축을 사기도 했다.

배달업·포털사이트 ‘별점테러’ 근절 방안 마련…실효성은 ‘의문’

별점 평가와 악성 리뷰가 업체에 치명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배달 대행업체와 포털사이트는 악성 리뷰 근절 방안을 내세우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17일 식당·카페 등 네이버에 업체 정보를 제공하는 ‘스마트플레이스’에 별점 평가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배달의민족은 자영업자가 요청하면 일시적으로 리뷰를 ‘블라인드’ 처리하고 30일 동안 조정을 거쳐 리뷰를 수정하거나 삭제하는 시스템을 지난해 7월 도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실효성이 있을지는 여전히 물음표라는 게 업주들의 설명이다. 식당주인 신씨는 “손님이 컴플레인을 걸고, 억울해서 배달 앱 측에 문의했는데 ‘손님이 그렇게 말했다면 저희도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32)씨 역시 “악성 리뷰를 지우려면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악성 리뷰가 진심인지 악의가 있는지는 구분하기 어렵고 복잡하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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