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의대증원·필수의료 대책…의료계 불안감 토로

한덕수 대행체제 속 '개혁과제 지속 추진'…조규홍 장관도 '필수의료 대책 충실 이행' 밝혀
"상급종병 구조전환 좌초되면 병원 문 닫아"…"지방의대, 늘어난 학생 가르칠 교수 부족해"
  • 등록 2024-12-18 오후 3:20:29

    수정 2024-12-18 오후 3:20:29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사업을 강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가 정책을 끝까지 밀어붙일지는 장담하기 어려워 이를 바라보는 의료계 또한 불안해하고 있다.

서울시내의 한 대학병원에 전공의 집단행동 중단을 촉구하는 인쇄물이 붙어 있다. (사진=이데일리 DB)
보건복지부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시 아래 각종 개혁과제를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각 부처 장관이 소관 업무에 대한 전권을 가지고 각종 개혁과제와 현안을 책임감 있게 추진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복지부는 내부적으로 필수의료 패키지 사업과 의대정원 확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사업 등의 의료개혁 또한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 속에 업무를 진행 중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 또한 16일 긴급간부회의에서 “이미 발표한 지역·필수의료 강화대책들 또한 국민과의 약속에 따라 일관성 있게 충실히 이행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를 바라보는 의료계는 의료개혁 정책이 유지되고 있지만 언제까지 지속될지 몰라 머릿속이 복잡하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의대정원 확대 이슈가 계속되면 전공의 복귀는 가능성이 점점 낮아진다. 반면 구조전환사업이 좌초될 경우 각 병원의 손해가 막심하다. 중증·응급환자에 집중하기 위해 병상 수도 줄인 만큼 도중에 시범사업이 종료되면 손해가 크다. 전공의 이탈로 경영이 악화된 상급종합병원들은 이번에 구조전환사업마저 중단되면 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다.

정부 방침에 따라 병원 체질을 바꿨는데 정책이 좌초돼 원상태로 복귀하거나 또 다른 방식으로 병원 구조를 바꾸기에는 각 병원의 체력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 상급종합병원에 재직 중인 한 외과 교수는 “3년의 시범 사업 기간을 채울 수 있을지도, 설혹 채운다 하더라도 이후 사업이 연장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사업 차질은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대 정원 확대 이슈 또한 정부의 추가 대응 방안이 없어 현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교육부는 늘어난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시킬 것인지에 대해 각 대학이 제출한 계획안만 받았을 뿐 밑그림조차 아직 없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내년도 의대 관련 업무를 전담할 ‘의대교육지원관’을 신설해 종합적으로 관리하겠다고 했지만 의대교육지원관은 내년 1월 1일부터 운영된다.

의대 정원은 비서울 의대만 늘어났는데 늘어난 학생을 가르칠 비서울 의대 교수들의 이탈이 늘어나고 있다. 충북의대 학생회 등에 따르면 충북의대는 기존 49명이던 의대 입학생 정원이 2025학년도에 125명으로 늘어나는데 이를 가르칠 전문의는 올해 14명이 사직했다. 전공의 이탈로 진료 업무가 급격히 늘어났는데 여기에 학생 수 증가로 교육 업무 또한 늘어날 수밖에 없어 남아 있는 전문의가 버텨낼 수 없다는 분석이다.

정부 또한 문제점을 알고는 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의사결정이 큰 폭으로 이뤄지기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각종 개혁과제를 지속 추진한다고는 하지만 집행적 요소가 있는 부분에 집중하면서 정책적 결정이 필요한 부분은 뒤로 미룰 가능성이 크다”면서 “각 사업과에서는 이미 시작한 사업이 문제 없이 돌아가는데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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