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국내 주식시장이 연일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며 박스권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005930)를 포함한 일부 대형주를 제외하고는 ‘풍요 속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국내 대형 주식형펀드 수익률은 여전히 마이너스(-)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기관 자금은 계속 빠져 나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런 양극화가 연말까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코스피 연고점 연일 돌파하는데…죽쑤는 대형펀드 수익률
겉으로 보기엔 국내 증시가 거침없이 오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형펀드들의 수익률을 보면 참담한 수준이다. 제로인에 따르면 순자산 기준 상위 5대 펀드 중 최근 3개월 수익률이 플러스인 펀드는 삼성그룹주에 투자하는 ‘한국투자 삼성그룹 적립식2(주식)(A)’ 펀드 한 개 뿐이다. 운용 순자산이 3조원으로 가장 큰 ‘신영밸류 고배당자(주식) C형’과 ‘KB밸류포커스자(주식) 클래스A’, ‘한국밸류 10년투자 1(주식)(C)’펀드는 같은 기간 -2~-0.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값비싼 제약·바이오, 화장품주를 집중적으로 담은 ‘메리츠코리아 1[주식] 종류A’펀드는 -9% 가까이 까먹었다. 심지어 ‘신영밸류 고배당 펀드’와 ‘한국밸류 10년투자 펀드’는 투자종목 중 삼성전자 비중이 가장 높은데도 수익률은 마이너스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종목들의 수익률이 그만큼 안좋다는 뜻이다.
헤지펀드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중소형주를 사고(Long) 코스피 지수선물을 파는(Short) 롱숏전략을 주로 쓴 헤지펀드들은 양쪽 모두에서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올해 2월 설정 이후 높은 수익을 냈던 DS운용의 ‘디에스 秀 펀드’는 최근 한 달 동안에만 무려 12% 가까이 하락했고 타임폴리오와 피데스운용 정도를 제외한 다른 헤지펀드들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대형주 사는 외국인 VS 중소형주 파는 기관…“수급 해결돼야”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을 3년여 만에 대형주들의 실적이 개선된 반면 중소형주는 고점을 찍고 내려오는 상황에서 기관이 집중적으로 코스닥과 코스피 중소형주를 팔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특히 기관 투자자들이 개별종목이 아닌 대형주 위주의 패시브 전략으로 선회하면서 중소형주들이 크게 하락하고 있다는 것.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기관 투자자들이 시장 수익률보다 성과가 안좋은 개별 종목을 팔고 대형주를 패시브 형식으로 운용하길 원한다”며 “그 과정에서 그동안 많이 올랐던 중소형 성장주가 빠지는 것은 당연할 수 있지만 중소형 가치주까지 분위기에 쓸려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스피가 올라도 주식형 펀드에 자금이 들어와야 원하는 종목의 비중을 늘릴 수 있는데 환매가 계속되면서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올해 연말까지는 비슷한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최근 오르는 대형주들은 과거 3~4년간 부진한 실적을 타개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해 비용을 줄였고 대외적으로는 저유가로 마진율이 상승하며 실적 개선을 이뤘다”며 “연간 코스피 이익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