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 돌봄 하느라 ‘생계 접는다’…연평균 성장률 0.18%p씩 깎여
채민석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과장은 5일 서울 소공로 한은 본관 2층에서 열린 ‘2024년 한은-한국개발연구원(KDI) 노동시장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보고서는 돌봄 노동공급 부족 규모가 2022년 19만명인데 2042년엔 최대 155만명으로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돌봄 수요가 65세 이상 인구 수에 비례한 것 이상으로 늘어나고 50~60대 위주의 노동 공급이 계속될 경우를 전제한 것이다.
돌봄서비스 부문은 현재도 노동 공급이 태부족해 관련 비용이 일반 가구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높은 상황이다. 작년 월평균 간병비는 370만원으로 65세 이상 고령가구 중위소득의 1.7배에 달했다. 2016년 대비 50% 오른 것이다.
|
개별 가구가 ‘돌봄’ 외국인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거나 정부 차원에서 돌봄서비스 영역에 ‘고용허가제(내국인 고용이 어려워 외국인 노동자에게 고용 허가)’를 도입하는 방식이다. 다만 두 가지 방식 모두 현재의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임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돌봄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전자는 사적 계약이기 때문에 현재도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 적용이 가능하고 후자는 돌봄서비스 부문에 대해서만 내국인, 외국인 무관하게 ‘최저임금을 낮게’ 차등 적용하는 방식으로 개정이 필요하다.
이창용 “외국인 돌봄 인력 도입, 부작용 있다고 안 하면 더 큰 문제”
이날 세미나에선 외국인 돌봄 인력이 들어올 경우 내국인 돌봄 인력의 구축효과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내국인은 언어·문화 등에서 강점이 있기 때문에 외국인보다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더 높은 임금 책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토론자로 참석한 권정현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돌봄은 공적 영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내국인 인력의 프리미엄 서비스 제공에 제약이 크다. 내국인은 돌봄 인력에서 이탈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토론회는 지켜보던 이창용 한은 총재는 “외국인 돌봄 인력 방안을 제시했을 때 (내국인 구축효과, 불법 체류 우려 등) 여러가지 부작용이 제시되는데 부작용이 있다고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제일 걱정스러운 부분은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외국인을 들여와서 돌봄 가격을 낮추는 등 각기 다른 가격을 지급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게 되면 정부가 타깃해 지원을 하는 데도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노동계에선 즉각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즉각 논평을 내고 “국내 돌봄서비스 노동자들은 임금, 노동조건에서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근본적인 지원 정책과 대안 마련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인데 이를 외면하고 시장 논리만을 따른 최저임금 차등 적용 등 임시방편 정책은 불필요한 사회갈등과 분열을 야기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투입과 예산편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관계자도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을 값싼 노동으로 인식하며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밀어넣겠다는 발상은 차별적이며 반인권적”이라며 “이는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인권 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내국인 노동자의 노동환경마저 악화시키는 악순환 고리를 만들 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