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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121등서 1년 반만에 1등으로 껑충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소위 ‘강남 8학군 명문고’로 불리는 A고교에서 교무부장을 맡고 있는 교사 B씨가 이 학교 2학년생인 자신의 쌍둥이 딸에게 내신 시험문제를 미리 알려줘 문과·이과 1등을 차지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 교사의 두 딸은 올해 치러진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에서 각각 문·이과 전교 1등을 차지, 올해 들어 성적이 크게 올랐다. 특히 두 학생이 같은 오답을 적어냈다는 의혹까지 나오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이와 관련 지난달 24일 서울시교육청에 관련 민원이 접수됐고, 해당 교사는 같은 달 30일 소명자료를 제출한 상태다.
의혹이 확산하자 B씨는 학교 홈페이지에 해명 글을 올렸다. 그는 “두 딸이 중학교 때 자율형사립고와 특수목적고 진학을 준비할 정도로 성적이 좋았으나 진학에 실패해 A고교에 오게 됐다”면서 “두 딸이 1학년 1학기에 성적이 각각 전교 121등, 59등으로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이후 학교에 적응하고, 수학 학원 등을 다니면서 1학년 2학기에 전교 5등, 2등으로 성적이 올랐고 올해 전교 1등을 할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아이들이 하루에 잠을 자는 시간이 4시간을 넘지 않았다”, “교무부장으로 내신 시험지 접근은 결재를 위해 약 1분정도 이원목적분류표와 형식적인 오류를 잡아내는 작업만 했다”고 했다. 교사는 해명이 오히려 논란을 키우자 해당 글을 삭제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내신시험 문제가 유출됐다는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고 의혹이 있는 상황”이라면서 “오늘 특별장학을 실시해 본청 장학사와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이 함께 상황을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 시험지가 유출됐는지 상황을 파악하고 시험지 관리 시스템 등을 확인하려 한다”며 “학교장·교감·해당 교사 등 관련자 면담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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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을 중심으로 부모가 재직하는 학교에 자녀가 다니지 못하도록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학들이 학교생활기록부를 바탕으로 학생을 뽑는 학생부교과·학생부종합전형을 운영하는 상황에서 학생부 기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교사의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는 것은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 역시 학교생활기록부 기록이 대학 입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안선회 중부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학부모들이 교사 자녀에 대해 특별한 배려를 할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대학 입시에 학생부 기록이 직결되는 만큼 교사가 재직 중인 학교에 자녀를 진학하지 못하게 하거나 적어도 성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보직은 배제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 역시 “대학은 교수 자녀가 대학 입학시험을 치를 경우 관련 업무에서 모두 배제하는 등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자신의 자녀가 재학 중인 고교의 시험을 주관하는 교무부장 업무를 수행했다는 건 문제가 있다.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교사가 재직하고 있는 학교에 해당 교사의 자녀가 진학할 수 없다는 규정은 없다. 중학교 3학년생이 진학을 희망하는 고교를 선택할 수 있는 ‘고교선택제’를 운영하고 있어서 본인이 지원해 부모가 재직 중인 학교에 진학할 수 있다.
교육청은 관련 청원이 올라온 만큼 논의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생의 고교 선택권 문제도 있기 때문에 이를 원천적으로 막기엔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다만 청원이 올라왔기 때문에 관련 내용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교사의 자녀가 부모가 재직 중인 학교 배정을 거부하는 신청서를 내면 이를 받아주는 정도로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