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부사장 "지금까지 여러 노력 했지만"

환노위..삼성산재문제 해결 촉구
삼성 측 "논의해 보겠다" 답변만
  • 등록 2012-10-18 오후 6:04:54

    수정 2012-10-18 오후 6:04:54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산업재해 인정해 주세요.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를 받고 싶습니다.”

18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서 삼성전자(005930) 산재 문제 증인으로 나온 한혜경(35)씨는 어눌한 말투로 이같이 말했다.

한씨는 삼성전자 LCD사업부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병을 얻었다. 근무한 지 3년째가 되던 해 생리가 멈췄고 6년째가 되던 해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최근에는 소뇌에 있는 종양을 제거하며 언어장애와 시각장애, 보행장애까지 얻으며 1급 장애인이 됐다.

이날 현장에는 최우수 삼성전자 부사장도 증인으로 참석해 한씨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었다. 하지만, 삼성의 입장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심상정 의원(무소속)이 ‘삼성 피해자들과 대화로 풀겠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진위를 묻자 최 사장은 “소송 대리인을 통해 대화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심 의원이 “피해자분들은 그 어떤 제안도 받은 바 없다던데 국감 대비 물 타기 한 게 아니냐”고 지적하자 최 부사장은 “지금까지 여러 가지 노력했지만, 아픈 분들에게 전달이 덜 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최 사장은 “그 부분에 대해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빨리 쾌유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삼성은 구체적인 답변 요구에는 끝내 즉답을 내놓지 않았다. 현재 삼성은 산재 피해자 가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진행 중인 산재인정 항소심에 근로복지공단을 돕는 ‘피고 보조 참가인’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심상정 의원이 “소송보조참가인에게 빠지겠다는 건가”라고 물었지만, 최 사장은 “대화를 통해서 검토해 보겠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심상정 의원은 “지난 70여년 동안 삼성이 대한민국 땅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의 성원과 노동자들의 피땀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기업에 걸맞게 이윤보다 생명을 존중하라는 시대적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영표 의원(민주통합당)도 “반도체 근로자 인권단체 반올림이 추산하기로 삼성 산재로 58명의 근로자가 사망하고 140여명이 산재로 고통당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에 피해자라고 신고한 사람만 27명”이라고 밝혔다. 홍 의원은 “피해자가 1명이든 2명이든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백혈병 얻어 목숨 잃었다면 글로벌 기업으로서 의지를 가지고 해결해야하는 게 아니냐”며 빠른 해결을 촉구했다.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회의실에서 열린 근로복지공단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참석한 직업병 피해 노동자 한혜경(삼성전자 기흥사업장근무) 송창호(삼성반도체 온양공장퇴직자)씨와 증인으로 출석한 삼성전자 최우수 부사장(앞쪽)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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