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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이데일리 피용익 윤종성 김상윤 기자] 정부는 사회간접자본(SOC), 농림·수산, 문화·예술 3대 분야 87개 공공기관 중 52개 기관의 기능을 조정하고 이 가운데 4개 기관을 폐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27일 방문규 기획재정부 차관 주재로 열린 ‘제8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공공기관 3대 분야 기능조정 추진방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대책은 지난해 부채 감축과 방만경영을 손 본 데 이어 올해는 공공기관들의 겹치기 업무를 도려내 공공기관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이 직접 수행할 필요가 없는 분야는 민간에 넘겨 공공기관은 핵심 기능만 수행하도록 조직을 추스리려는 의도로 읽힌다. 노형욱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은 “공공기관 본연의 핵심 기능 강화와 생산성 제고를 통해 국민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항만공사 통합, 문화·예술 분야 구조조정 등 유력하게 검토됐던 내용들의 상당수가 누락돼 알맹이 빠진 ‘반쪽 대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중대형 분양 시장 철수, 철도공사의 사업부제 전환 등 이번에 발표된 주요 내용들도 이미 지난 13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대부분 언급됐던 것들로 ‘재탕· 삼탕’이라는 지적이다.
문화·예술 기관 통폐합, 예술인 반발에 ‘도루묵’
이번 대책 발표에 앞서 가장 관심을 모았던 부문 중 하나가 문화·예술분야 공공기관의 구조조정이었다. 현재 문화부 산하에는 한국관광공사와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33개 공공기관들이 난립해 있다. 특히 문화·예술 분야의 경우 소규모 기관이 많아 이들 기관의 통·폐합이 이번 공공기관 3대분야 기능조정의 핵심 아젠다로 거론됐다. 정부도 그 동안 유사 기능의 산재, 비핵심업무의 기관간 중복 수행 등의 문제를 들어 문화·예술 분야의 공공기관을 묶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해양수산부 산하기관인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항만공사 등의 통합 추진도 노조와 지방자치단체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됐다. 대신 투자조정 기능을 수행하는 항만공사운영협의회 설치로 경영 비효율성을 제거하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항만공사들의 과잉중복 투자로 통폐합을 논의했지만 지자체 반발로 진척이 안됐다”며 “해수부가 정부입법으로 추진 중인 항만공사운영협의회를 차관급으로 격상하는 것으로 협의했다”고 부연했다.
항만공사 통폐합은 지자체· 노조 반발에 ‘없던 일로’
결국 이번 대책은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언급됐던 내용들의 재탕으로 변질됐다. LH는 앞으로 60㎡ 이상의 중대형 주택 분양 사업에서 철수하고 60㎡ 이하 분양주택과 연 4만∼4만 5000 가구 가량의 임대주택 공급만 유지한다. LH는 또 현재 진행 중인 신도시나 택지 등 토지개발 사업을 마치면 해당 부문에서 철수한다. 세종시나 지역혁신도시, 경제자유구역 개발과 같은 국책사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밖에 농어촌공사는 SOC 설계·감리와 저수지 수변개발 사업 등을 민간에 개방하고 농공단지·전원마을 조성사업 등이 축소된다. 감정원은 보상·담보평가, 이의제결·소송평가 등 모든 감정평가 업무에서 철수하고, 지적공사의 경우 지역본부와 지사 수를 12개, 186개에서 각각 8개, 145개로 줄인다.
이번에 폐지돼 기능이 다른 곳으로 이관되는 기관은 축산물안전관리인증원, 녹색사업단, 체육인재육성재단, 국민생활체육회 등 4곳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기능조정으로 절감되는 인력은 5700명, 예산은 7조 6000억원으로 예상된다”며 “절감되는 인력과 예산은 핵심기능에 전환 배치하고, 필요시 고용승계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 “공공기관 특성상 기능을 조정하더라도 똑같은 문제가 재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면서 “신규 사업을 시작할 때 미리 중복을 방지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방안 등이 함께 다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