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심? 1994년 김일성 죽고 사라졌다" 탈북 외교관이 밝힌 북한실태

작년 11월 망명 리일규 쿠바주재 북한 참사관 강연
"北주민, 장마당 의존해 생계 유지"
"반동문화사상배격법 등에 주민 반발 커"
"외부 정보 유입 통한 북한 변화 효과적"
  • 등록 2024-09-03 오후 4:48:08

    수정 2024-09-03 오후 7:02:18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북한 주민의 충성심은 1994년 김일성 수령이 죽으면서 사라졌다. 오직 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건 장마당이다.”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 정무참사관이 3일 통일부 주최 ‘2024 국제한반도 포럼’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윤정훈 기자)
지난해 11월 망명한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 정무참사관은 3일 통일부 주최로 열린 ‘2024 국제한반도 포럼(GKB)’에서 이같이 밝혔다. 리 전 참사는 이날 ‘통일준비를 위한 북한 실상 이해’라는 주제로 열린 세션에서 북한정권의 실태와 대북정책에 대해서 발표했다.

리 전 참사는 “북한 주민들은 이제 더이상 체제에 대해 기대감이 없다”며 “주민들은 이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당이 아니라 장마당에 의존하고 있다”고 북한의 현실을 고발했다.

장마당은 북한의 경제난이 심화됨에 따라 기존의 농민시장이 불법적인 성격으로 변화된 곳이다. 김정은 시대에 장마당은 북한 경제의 중요한 부분이 됐고, 북한 주민들은 장마당을 통해서 자본주의를 경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 전 참사는 엘리트 계층의 변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리 전 참사는 “김정은이 간부들에게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간부들은 언제든지 자신의 지위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며 “공포 정치로 인해서 간부들도 체제에 대한 환멸감을 느끼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김정은 정권이 한국 드라마 등을 볼 수 없는 반동문화사상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 등을 제정해 주민의 불만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 전 참사는 “주민들은 자식 세대까지 힘들게 하는 이런 법에 반발심을 느끼고 있다”며 “주민·간부 등 북한사회 80% 이상이 체제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들고 일어서지 못한다”고 했다.

이어 리 전 참사는 “이중, 삼중의 감시망과 통제망 때문에 감히 들고 일어날 수 없다”며 “(김 정권은) 공포정치를 펼치고 무자비한 처형을 일삼고 있다”고 덧붙였다.

3일 롯데호텔에서 통일부 주최 ‘2024 국제한반도 포럼’이 개최됐다. (좌측부터) 현인애 한반도미래여성연구소 소장,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 정무참사관, 황태희 통일부 협력국장.(사진=통일부)
그는 북한의 체제 변화를 위해 외부의 정보 유입이 효과적이라고 했다. 리 전 참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8.15 통일 독트린이 북한 주민에게 알려지면 감흥이 클 것”이라며 “북한 해외 파견자들의 경우 통일되면 잘못되지 않을까 인식하고 있는데, 김씨 일가의 노예로 살았다는 인식을 주고 북한 변화 주체 역량으로 포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통일을 위해서는 대한민국의 준비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리 전 참사는 “통일은 한국이 세계 10대 강국을 넘어 5대, 3대로 강국으로 거듭날 유일한 길이라는 걸 심어줘야 한다”며 “대북정책은 정치 성향과 관계없이 흔들림없이 일관되게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윤 대통령의 통일 독트린에 북한이 반응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통일 선전을 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예상했다.

리 전 참사는 “북한으로서는 통일을 지우기 위한 시점에 반박해봤자 (남한의 통일 정책을) 주민들한테 선전하는 것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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