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경제학자 정승일 "삼성, 伊메디치 가문이 돼라"

삼성 수요사장단 회의 강연
"문화·예술·인문학 지원..강대국 기반 앞장서야"
"R&D 투자 관련 법인세 감면, 스스로 포기해라"
  • 등록 2015-09-30 오후 5:33:21

    수정 2015-09-30 오후 5:33:21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정승일(사진) 사회민주주의센터 대표가 삼성 사장단을 상대로 ‘경제민주화’에 대해 직언을 날렸다.

정 대표는 삼성그룹이 르네상스 시대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처럼 대한민국의 문화와 예술, 인문학을 적극 지원해 우리나라를 진정한 강대국으로 만드는 역할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30일 삼성 수요사장단회의에 강연자로 초대받은 자리에서 “우리나라는 인구수나 1인당 국내총생산(GDP) 규모로 이미 세계 8위의 강대국”이라며 “그러나 경제학자들이 내놓는 담론이나 기업들의 행태를 보면 몸은 어른인데 사고는 어린아이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그룹 등 대기업들이 저마다 사회공헌을 위한 재단을 설립해 장학생들을 양성하고 있지만 단순히 회사에서 부릴 일꾼을 양성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다 큰 틀에서 한국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문화와 예술, 인문학 등의 분야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대통령이 제시한 창조경제는 결국 10여년전 나온 ‘탈추격(Post Catch-Up) 시대’ 개념과 다를 바 없다”며 “아인슈타인 같은 기초과학자들을 키워내는 것이야말로 제2의 추격 시대에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와 함께 삼성이 국내 최대 기업으로서 법인세 문제에 대해 솔선수범할 것을 요구했다. 정부가 수십년전부터 경제 발전에 필요했던 연구개발(R&D)에 대해 기업이 R&D 투자를 하면 법인세 감면 혜택을 제공해왔지만 이제는 기업 스스로 이를 박차고 나와야 하며 삼성이 이에 대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정 대표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출신으로 베를린 훔볼트대학교 석사, 베를린자유대학교 대학원 정치경제학 박사 학위를 지닌 진보주의 경제학자다. 장하준 캠브리지대학교 교수와 공동으로 ‘쾌도난마 한국 경제’ 등의 책을 펴내기도 했다. 그는 현재 사회민주주의센터 대표와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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