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세 모녀 비극에… 김동연 삭제한 글 “절망 상상해본다”

  • 등록 2022-08-23 오후 7:57:03

    수정 2022-08-23 오후 7:57:03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3일 ‘수원 세 모녀’ 비극을 두고 “반드시 방법을 찾겠다”라며 글을 올렸으나 삭제했다.

수원 세 모녀가 살던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한 다세대 주택 1층 집 현관문에 엑스자 형태로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오른쪽은 김동연 지사가 삭제한 페이스북 글 (사진=뉴스1, 페이스북)
이날 김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여섯 가족이 함께 했던 어린 시절을 생각해본다. 늘 배고프고 가난했지만 이웃과 친지들이 곁에 있었고 무엇보다 미래에 대한 작은 희망도 있었다”라며 글을 적었다.

이어 “어제 권선구 세 모녀의 소식을 접하고 견딜 수 없는 비통함을 느꼈다”라며 “제가 도지사로 일하고 있는 경기도, 제가 살고 있는 수원시였다. 이웃과 친지 그리고 복지행정과도 연락을 끊었던 1년여 동안 세 분이 느꼈을 외로움과 절망을 상상해 본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을 때 그래도 도지사에게 한번 연락해볼 수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자책해 본다”라며 “방법을 찾겠다. 아니 반드시 찾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 지사는 “공직사회의 상상력을 뛰어넘기 위해 도민들의 의견과 제안도 폭넓게 받겠다. 벼랑 끝에 선 도민들이 도지사에게 직접 연락할 수 있는 ‘핫라인’이 실질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라며 “다시 한번 그 누구의 도움도 얻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야 했던 세 분의 명복을 빈다”라고 밝혔다.

숨진 세 모녀가 살던 집 현관문. 출동한 경찰이 문을 강제로 열고 진입해 여성 시신 3구를 발견했다. (사진=MBN)
그러나 해당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자신의 관할에서 일어난 사건인 만큼 엄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세 모녀의 비극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복지정보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주거지를 이전해서 사는 분들을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중앙정부에서는 이분들을 잘 찾아서 챙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자치단체와 협력해 이런 일들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대통령으로서 어려운 국민들을 각별히 살피겠다”라고 설명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정부가 기초생활수급을 포함해 여러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있다”라며 “신청을 해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신청주의 복지 서비스를 어떻게 보완할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라고 밝혔다.

숨진 세 모녀가 살던 집 현관문 옆에는 ‘연락주세요’라는 도시가스 검침원의 안내 메모가 붙어 있다. (사진=채널A)
앞서 지난 21일 오후 2시 50분께 수원시 권선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60대 여성 A씨와 40대 두 딸 등 여성 시신 3구가 발견됐다.

세 모녀지간인 이들은 암과 희귀 난치병 등 건강 문제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된 생활을 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A4 용지 크기의 노트 9장에는 듬성듬성 쓴 글씨로 ‘세상 살기 너무 힘들다’ ‘몸이 아프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세 모녀는 40m² 남짓한 방 2칸짜리 집에서 보증금 300만 원에 월세 42만 원을 내고 살았다. 대부분 바깥출입 없이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해 왔고, A씨의 남편도 지병으로 이미 세상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생전에 이들은 건강보험료를 16개월 동안 내지 못하는 등의 생활고를 겪으면서도 기초생활수급 등 복지 서비스를 지원받지 못했다. 주소지와 실제 거주지가 달랐기 때문에 관할 자치단체나 주민센터는 사정을 알지 못했다. 만약 지자체에 자신들의 어려움을 알리고 복지 서비스를 신청했다면 상황에 따라 월 120여만원의 긴급생계지원비나 긴급 의료비 지원 혜택, 주거 지원 등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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