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30대 청년 A씨(남)는 지난 21일 신한은행 앱을 통해 청년희망적금에 가입하려다 실패했다. 주거래은행은 하나은행이었지만
신한은행(055550)이 우대금리를 0.3%포인트 더 준다는 소식에 해당 은행에서 가입하려 했지만 앱에서 계속 오류 메시지가 떴기 때문이다. 앱에서 가입 가능한 시간이 오후 6시까지였던 터라, 더 늦었다가는 청년희망적금에 가입할 수 없을 것이란 불안감에 주거래 은행에서 가입하고 말았다. A씨는 “예산이 소진돼 가입하지 못할까봐 하나은행에서 가입했다”면서도 “어제 아니면 안 되는 줄 알고 급하게 가입했는데, 5부제 끝나는 다음 주 해지하고 우대금리가 높은 곳으로 가입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몰리는 수요에 제한된 시간까지”…‘울며 겨자먹기’ 높은 우대금리 포기한 청년들A씨처럼 전날 청년희망적금이 조기에 마감될까봐 차선책으로 우대금리가 낮은 은행 적금에 가입한 청년들이 잇따르고 있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전날) 9시 반부터 신한은행 앱으로 가입하려 했는데, 결국 안돼서 5시 50분 넘어 국민은행으로 가입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자도 “신한은행하고 국민은행이 우대 금리를 가장 많이 줘서 가입하려 했는데 오류가 나서 결국 못했다”며 “하나은행에서 5시30분 경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당초 청년희망적금의 사업예산은 456억원 규모로, 월 납입 한도액(50만원)으로 가입한다고 가정하면 38만명이 지원할 수 있는 규모였다. 금융당국도 올해 말까지 가입 가능하다고 발표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난주 진행된 청년희망적금 미리보기 서비스 신청 건수가 약 200만 건에 육박한 데다, 5부제 첫날인 전날 시중은행들의 앱에서 오류가 날 정도로 청년들이 대거 몰리며 선착순 상품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특히 청년희망적금에 가입할 수 있는 시간이 창구 기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3시30분, 비대면 앱 기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로 제한돼 있어, 경쟁이 심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 과정에서 은행별로 우대 금리 간에 차이가 있다보니, 0.1%포인트라도 더 많이 주는 은행 쪽으로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장 높은 우대 금리를 제시한 곳은 신한은행, 국민은행, 농협은행으로 최대 연 1.0% 포인트를 제공한다. 은행들이 금리 경쟁을 벌이는 것은 1인당 1개 은행을 선택해 1개 계좌만 개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년들을 자사 고객으로 끌어들여 중장기적인 충성 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다는 점도 은행들이 팔을 걷어붙인 이유다.
| 21일 오전 청년희망적금 가입 첫날 서울 양천구 소재 A은행 모습. 패딩 차림의 젊은 고객들이 눈에 띈다. (사진=황병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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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희망적금 갈아타기, 내주 노려볼만…“타 행 상품 해지 후 재가입 가능”
A씨와 같이 청년들이 우대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은행으로 갈아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2주간 청년희망적금을 신청하는 청년들의 가입을 모두 허용하고 지원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이어 금융위원회도 ‘다음달 4일까지 가입요건을 충족하는 청년은 모두 가입할 수 있다’는 입장을 냈다.
A씨와 같은 청년들이 청년희망적금을 갈아타기 위해서는 다음 주를 노려볼 수밖에 없다. 청년희망적금이 시행된 이번 주는 원칙적으로 5부제를 실시하기 때문이다. 5부제가 따로 없는 다음 주에는 영업시간 내에서 신청하면 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타행 청년희망적금을 해지하고 재가입해서 우대금리를 챙길 수 있다”며 “다만 가입 시간이 정해져 있고, 그 시간에 몰리는 수요를 생각하면 가입을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 만큼 신중할 필요는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