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신공항 무산에 '침묵'..내부에선 '최악 피했다' 분위기(종합)

朴대통령, 42일만에 국무회의 주재..정치현안에 언급無
  • 등록 2016-06-21 오후 4:52:12

    수정 2016-06-21 오후 6:36:28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텃밭’인 영남권에 메가톤급 갈등을 몰고 오며 국론분열까지 우려됐던 동남권 신공항 공약이 ‘백지화’하면서 청와대는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국정운영의 큰 걸림돌이 치워지면서 향후 경제·안보 등 핵심 국정과제에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게 청와대와 여권 핵심부의 분위기다.

청와대는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하되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이 최선이라는 프랑스의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입지선정 용역결과가 발표된 21일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내놓지 않았다. 해외순방 등의 일정으로 42일만에 국무회의를 주재한 박 대통령도 신공항의 ‘신’자도 꺼내지 않았다.

자칫 청와대나 박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 표명이 ‘청와대가 개입했다’ 등의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청와대가 “용역 결과가 나오면 당연히 존중할 것”이라며 한결같이 정치적 논란에 거리를 둬온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일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유력 후보지였던 밀양과 가덕도를 모두 피한 것 자체가 ‘보이지 않은 손’이 작용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내부에선 “신공항 문제는 박 대통령 입장에선 ‘화약고’나 마찬가지”(여권 관계자)였다는 점에서 ‘차라리 잘됐다’ ‘최악은 피했다’는 분위기가 더 팽배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신공항 문제뿐만 아니라 유승민 의원의 복당에 따른 새누리당의 내홍과 20대 국회 최대 화두로 떠오른 개헌론에 대해서도 침묵했다. 대신, 안보와 경제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내각의 고삐를 바짝 좼다. 불필요한 정치권 개입 논란을 차단하면서 ‘개헌은 블랙홀’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변화가 없다는 점을 재확인한 셈이다.

박 대통령은 현 경제상황과 관련, “대내적으로는 기업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 한시적 내수활성화 조치가 금년 하반기 종료됨에 따라 투자와 고용을 비롯해 소비 등 전체적인 경제심리가 다시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대외적으로도 내일모레로 예정된 영국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결과에 따라 우리 주식시장과 외환시장 등에도 적잖은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내각은 비상한 각오로 국정을 빈틈없이 챙겨서 국민의 살림살이가 나빠지지 않도록 혼신의 힘을 기울여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선 “기업이 자구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실업문제와 협력업체, 지역경제 등에 미치는 파급효과에 대한 보완대책을 세밀히 마련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현 안보상황과 관련해선 “최근 ISIL(이슬람국가)이 전 세계 추종자들에게 국내 주한미군시설 두 곳과 우리 국민 한 명을 테러 대상으로 선동한 사실이 밝혀졌다”며 “프랑스 파리, 벨기에 브뤼셀, 미국 올랜도 등에서 발생한 도심지에서의 대규모 복합테러 상황 같은 것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도 적극 대처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하겠다”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끝으로 아프리카 3개국 및 프랑스 순방 성과를 소개하는 한편 경제외교를 통한 신(新)시장 개척을 주문하며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마무리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가 가진 무한한 잠재력을 발굴하고 상품화해서 세계시장에 진출시킴으로써 어려운 대내외적인 경제여건을 스스로 극복하는 지름길로 만들어 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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