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시민단체, 삼성물산 자사주 매각에 반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비율, 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하게 산정"
"KCC도 비싼 값에 자사주 사들여 백기사 자처…손실은 KCC 주주 몫"
  • 등록 2015-06-11 오후 1:54:16

    수정 2015-06-11 오후 1:54:16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삼성물산(000830)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으로부터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KCC(002380)에 매각하고 나서자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반발했다.

그동안 자사주를 처분하지 않겠다고 밝힌 시장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도 기업의 가치를 높이려는 게 아니라 총수일가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1일 “‘자사주 매각은 없다’던 삼성물산 이사진이 긴급히 자사주를 매각한 것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재벌 2세가 순환출자로 경영권을 유지했다면, 3세는 자사주로 경영권을 세습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삼성물산은 전일(10일) 보유 중인 자사주 5.76%(899만 557주)를 KCC에 주당 7만 5000원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한 다음달 임시 주주총회에서의 표대결을 놓고 다급하게 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가진 주식을 확보하려면 이달 9일까지 주식을 사들여야 하지만, 장외거래는 주주명부 폐쇄일인 이날 자정까지 가능하다.

경제개혁연대도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는 회사와 주주 전체의 재산이기 때문에 특정 주주의 이익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다음 달 임시 주총에서의 표 대결 득실을 따지기 이전에 회사와 주주 전체의 이익은 고려해야 한다”며 “자사주 처분은 총수일가의 지배권 유지와 승계만을 우선시하는 후진적인 지배구조 문제가 전혀 개선되지 않았음을 만천하에 폭로한 꼴”이라고 강조했다.

1대 0.35로 결정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도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하게 산정됐다고 주장했다. 자본시장법상 합병비율은 최근 1개월, 최근 1주일, 최근일 종가를 산술평균해 산정토록 돼 있어 국내법상의 문제는 없지만, 제일모직의 주가는 지나치게 고평가됐고 삼성물산은 저평가된 상태에서 합병비율을 산정하면서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김기준 의원은 “합병 거래가 회사와 주주에게 공정성의 원칙을 지켰는지 의문”이라며 “삼성물산 이사진이 자신의 임무를 위배하는 행위로 회사와 주주에 손해를 끼치지 않았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KCC도 삼성물산 자사주를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사들이면서 KCC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지적도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KCC의 삼성물산 자사주 매입가격은 주당 7만 5000원으로 결정됐는데 이는 합병 결정 당시 기준시가인 5만 5767원보다 약 35% 가량 높다”며 “이런 상황으로 보면, KCC는 비싼 값을 주고 백기사를 자처한 꼴이고 이 과정에서의 손해는 KCC 주주들의 몫”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후 1시 50분 현재 삼성물산은 전일대비 5.60%, KCC는 2.78% 내린 가격에서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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