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가 직접 “행복주택 짓지 마라" 소송

  • 등록 2014-02-20 오후 6:35:07

    수정 2014-02-20 오후 6:35:07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현 정부의 핵심 주거복지 사업인 행복주택 건설을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소송까지 제기하며 반대하고 나선 첫 사례가 등장했다.

서울 양천구는 20일 오후 서울지방행정법원에 목동 행복주택 지구지정 취소를 위한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양천구는 정부가 지난해 5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유수지 등 유휴부지에 행복주택을 짓겠다며 선정한 7개 시범지구 가운데 하나인 목동이 위치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목동을 포함한 공릉, 잠실, 송파, 고잔지구 등 5곳을 행복주택 지구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지구별 건립 가구수를 최대 50% 줄였다. 목동지구는 기존 2800가구에서 약 1300가구로 46% 축소됐다. 하지만 정부의 지구 지정 절차, 주거 환경 악화 등을 지적해 왔던 주민들의 반발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양천구청 관계자는 “주민 뜻과 관계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구 지정을 강행해 법적 대응을 해달라는 요청이 많았다”며 “사업지가 구 소유인데 정부가 특별법을 통해 개발하겠다는 건 지자체 재산권과 자치권 침해이기도 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양천구와 주민 비대위 등 행복주택 건립에 반대하는 민·관·정 대표들은 이날 행정 소송 외에 위헌법률심판 청구,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법원에 함께 제기했다.

목동과 함께 지구 지정된 노원구 공릉지구, 경기 안산시 고잔지구 등도 같은 내용의 행정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공릉지구는 오는 21일 주민 비상대책위원회가 서울행정법원에 직접 행정 소송을 낼 예정이다. 고잔지구는 안산시와 시의회, 비대위 공동으로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회균 고잔지구 행복주택 반대 비상대책위원장은 “행복주택이 들어서는 고잔역은 교통, 환경 악화 문제는 물론 역 주변 원룸·투룸도 3000가구 가까이 돼 아무런 대책없이 행복주택이 들어서면 주민 피해만 커질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줄소송 양상을 빚고 있는 행복주택 시범 사업에 오는 6·4 지방선거가 또 다른 암초로 작용할 거라는 관측도 있다. 각 지자체와 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들이 주민 입장을 최우선적으로 대변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신정호 목동 행복주택 건립 반대 비상대책위원장은 “행복주택 사업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양천구의 핵심 이슈가 될 것”이라며 “이미 예비후보자들도 한결같이 사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행복주택 시범지구 사업은 지자체·주민들과의 설명회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 추진된 것이라는 점을 소송 과정에서 충분히 설명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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