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의장은 4일 서울 여의도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오찬을 갖고 선거구 획정과 쟁점법안인 경제활성화법안 처리와 관련해 논의했다. 획정위는 지난 2일 전체회의를 열어 전날 정 의장이 제시한 획정기준(의원정수 300명, 지역구 246석·비례대표 54석 등)에 따라 선거구 획정을 논의했지만, 수도권 분구 대상 억제 선거구수와 농어촌 지역 배려 선거구를 놓고 위원들간에 의견 차이로 획정안을 의결하지 못했다. 획정위는 수도권 분구 대상 선거구 중 4곳을 분구하지 않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으나 농어촌 지역 중 어느 시도를 배려할지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획정위 위원은 총 9명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지명하는 위원장을 제외한 위원 8명은 여야가 각각 4명씩 추천했다. 공직선거법상 획정안을 의결하기 위해서는 위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정치권의 여야 대립 구도를 그대로 계승한 획정위 구조상 한쪽이 양보하지 않는 한 결정이 불가능하다.
정 의장은 오찬을 마치고 청와대 신년 인사회를 다녀온 후 기자들과 만나 “(입법비상사태 해결을 위해 선거구 획정을) 8일날 가능한 해결하는 방향으로 야야 합의를 종용했다.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나름대로 준비한 안을 줬는데, 돌아가서 여당은 여당대로 최고위원들과 협의 좀 하고 야당은 야당대로 의논하시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지역구 의석수로 253석이 거론되고 있는 것에 대해, “의장이 자의로 어떤 숫자를 정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253석이 가장 적정하겠다고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주장하는 것은 안 맞다. 의장은 공식적으로 기왕에 합의돼있는 숫자가 246석이니까, 획정위에서 획정하는데 기준도 되면서 한 쪽에서는 여야의 합의를 압박하는, 그런 두 가지를 노리고 그렇게 한거다. 오늘 얘기한 것은 246석, 253석 둘 다 이야기 했다. 결과를 좀 봅시다”며 253석도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고 인정했다.
다만 여야가 공감한 지역구 253석은 전제조건이 있다. 줄어드는 비례대표 수만큼, 비례성 강화 장치를 보완해야 한다. 야당은 표의 등가성 제고와 사표 방지를 위한 장치로 권역별 비례대표제나 이병석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이 제안한 균형의석제, 5% 이상 득표 소수정당에 대한 최소의석 보장제를 새누리당에 제안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선거제도 개선과 선거구 획정을 연결시키는 것이 불합리하다며 이를 거부했다.
정 의장은 “8일날 (선거구 획정안을) 통과하려고 하면 계산해보니 내일 정도까지는 돼야한다. 내일 정도, 오늘 돌아가서 한 이야기 듣고 오후쯤에는 말씀 드릴 수 있겠죠”라고 전했다.
정 의장은 양당 대표와의 오찬에 앞서 획정위의 김대년 위원장을 만나 획정안 논의 상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획정위는 5일에 전체회의를 다시 열어 선거구 획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만약 5일까지도 여야가 합의하지 못하거나 획정위에서 선거구를 획정하지 못하면 8일 직권상정을 통한 본회의 처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5일을 넘기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정치권 관계자는 “의장이 중재해도 여야가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며 “8일 처리가 어려워지면 선거구 미획정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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