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소속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이날 사고 즉시 조사관 5명을 현장에 파견해 블랙박스 회수 작업에 들어갔다. 사고 당시 교신 내용이 담긴 블랙박스는 사고 원인 규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열쇠다.
그러나 블랙박스 분석에 통상 1년 이상 걸리는데다 사고 당시 블랙박스가 파손됐을 가능성도 있어 원인 규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는 “블랙박스는 통상 1000℃ 이상의 고온에서도 30분 이상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으나 사고 당시 동체가 불에 탄 만큼 손상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관제를 담당한 공군 제1전투비행단에 따르면 제1전투비행단은 추락 시각 1분 전인 오전 10시 52분 사고 헬기가 지상 700피트(210m) 아래로 저공 비행 중인 사실을 확인하고 기수를 올리라고 지시했다. 사고 헬기는 700피트 이상으로 기수를 올렸다가 곧바로 다시 700피트 아래로 저공 비행했다. 이어 1분 만인 오전 10시 53분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당국도 이같은 정황을 근거로 기체결함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관제소의 레이더 자료와 교신 내용을 확보하고 목격자 면담, 기상자료를 수집 등을 통해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아울러 국토부는 원인 파악이 끝나면 유사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앞서 이날 오전 10시 50분쯤 광주광역시 광산구 수완지구의 한 아파트 단지 인근에 소방헬기 1대가 추락해 탑승자 5명이 모두 숨졌다. 탑승자는 조종사 정성철(52) 소방경, 조종사 박인돈(50) 소방위, 정비사 안병국(39) 소방장, 구조대원 신영룡(42) 소방교, 구조대원 이은교(31) 소방사다. 버스 승강장에 있던 여고생 1명도 파편에 맞아 가벼운 부상을 당했다.